전경련은 16일 연간 15조원에 이르는 94개 법정부담금을 줄이는 내용의 근본적 개혁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법정부담금은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국민과 기업에 반대급부 없이 부과하는 조세 외 금전지급 의무다.
전경련이 제시한 개혁방안은 ▲실효성 상실 부담금 폐지(28개) ▲유사ㆍ중복 부담금 통ㆍ폐합(2개) ▲과도한 부과요율 및 가산금 부과기준 개선(25개)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유사 부담금에 대해 국가 관리ㆍ감독 강화 ▲신용카드 납부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경련은 이 같은 방안이 모두 정부정책에 반영될 경우 국민과 기업이 매년 납부하는 부담금 총액이 1조원 이상 줄어들어 국민부담 경감과 기업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경련은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부담금으로 ‘개발제한구역보전 부담금’을 꼽았다. 개발제한구역의 토지훼손과 손상된 토지에 설치된 건축물에 대해 이중으로 부과돼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970년대 초 공장 지역 전체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의 경우 지난해 최대 2,856억원 규모의 증설을 계획하다가 1,840억원의 개발제한구역보전 부담금이 부과될 것이란 통지를 받고 투자를 철회했다.
사회발전으로 부담금 부과 취지가 퇴색됐지만 재정적인 이유로 유지되는 부담금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과 껌에 대한 폐기물부담금이다. 디젤자동차에 대한 환경기준 강화와 기술발전으로 경유차의 오염물질 배출이 크게 줄면서 국민권익위원회는 2008년 경유차에 대한 부담금의 폐지를 권고했다. 하지만 매년 4,000억원에 이르는 세수감소가 예상되자 해당 부처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1980~1990년대 껌이 거리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부과된 껌에 대한 폐기물부담금도 지금은 취지가 퇴색됐지만 관련기업이 납부하는 껌 관련 폐기물 부담금은 오히려 증가했다. 롯데제과의 연간 껌 판매액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폐기물부담금은 매년 요율이 높아지며 2000년 3억원에서 올해 31억원으로 10배 넘게 늘어났다.
전경련 관계자는 “부담금 개혁방안을 제시한 것은 기획재정부의 부담금관리기본법을 통한 종합적 관리에도 불구하고 징수규모가 지난 10년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불합리한 부과ㆍ징수체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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