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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그룹/말보다 실천 “돌쇠근성” 우뚝(재벌)
입력1996-11-22 00:00:00
수정
1996.11.22 00:00:00
민병호 기자
◎역동적 도전과 근면으로 「리비아신화」 창조/건설편중 탈피 정보통신 등 진출 「재창업」 힘찬 시동/“신시대 새기업문화 창달” 익스프레스 21운동 등 펼쳐점심시간이 되면 서울 서소문동 동아그룹 사옥 인근은 회색빛 유니폼 물결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공장지대도 아닌 빌딩숲속에서 유니폼 물결은 흔치 않다. 더욱이 유니폼을 입은 사람은 20대의 여사원은 물론이고 머리가 희끗한 중역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동아그룹 서소문 사옥에 근무하는 5천여명에 달하는 동아맨들의 유니폼이다. 최근 회사마다 유니폼을 폐지한지 오래지만 이들은 아직도 자신만의 유니폼을 고집하고 있다.
첨단감각이 판을 치는 요즈음 얼핏 보기에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회색빛 패션이지만 그들은 이런 눈총에 신경쓰지 않는다.
최근 그룹 임원회의에서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은 유니폼을 벗어버리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노조의 반대로 계속 입기로 결정했다. 건설현장에서 생활해온 동아맨들은 패션에서는 뒤지지만 현장에서 즐겨 입던 유니폼이 편하고 좋다는 것이 그 이유다.
건설업을 주력으로 반세기를 성장해온 동아그룹의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현장에서 땀내가 배인 옷을 벗어 버리기가 싫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동아맨들은 아직도 역동성과 도전성이 살아있는 건설현장의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꾸미거나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격식을 싫어하고 우직하지만 순수하다.』 『말 보다는 실천이 앞서고 요령이나 융통성 같은 것이 적은 편이다.』 『거칠지만 정직하다.』
주변사람들이 평가하는 동아맨들의 특성들이다.
올해 매출액 6조원으로 재계랭킹 13위에 이르고 사업구조도 건설업에서 금융, 운송서비스업으로 다각화를 이루었지만 동아인들의 행동속에는 여전히 역동성이 살아넘치는 건설현장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장의 문화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전통으로 「동아인의 긍지」라는 것이 있다. 동아인의 긍지는 「나는 적극적이다, 나는 능력이 있다, 나는 책임을 진다」는 3개의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것은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안전과 공기의 단축을 위해 시작했던 일종의 구호다.
동아맨들은 시무식이나 기념식과 같은 그룹의 중요한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이 구호를 합창한다.
그리고 그룹의 사보는 물론이고 사무실의 벽면이나 주요한 간행물의 전면에는 반드시 이 구호가 걸려있다. 동아맨들은 이 구호를 통해 모두가 하나임을 확인하고 도전과 적극성을 배우고 있다.
동아그룹과 거래해본 사람들은 이들을 믿음직스런 「돌쇠」라고 평가한다. 「선이 굵고 투박하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에 대해 동아맨들도 굳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돌쇠와도 같은 부지런함과 철저함이 오늘의 그룹을 일궈낼 수 있는 바탕이자 원동력이었다고 스스로도 평가하고 있다.
사업에 있어서는 보수적이지만 사업의 추진과정에 있어서는 혁신을 추구하는 철저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 그룹관계자의 설명이다.
동아와 그 구성원들에게 늘 붙어 다니는 「불도저」란 별명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무슨 일이든 쉽게 시작하지 않지만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돌성을 말한다. 이는 약관 34세의 나이에 회장에 오른 최원석회장의 경영스타일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최회장의 별명 역시 「불도저」다. 그것도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다.
동아맨들은 건설 수주에서 아무 공사나 수주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본다. 단일 공사로는 세계 최대규모의 건설공사인 리비아대수로 공사가 이를 설명한다.
최원석 회장은 리비아 1차 대수로공사 수주에서 값을 깎아달라는 리비아 정부에 대해 『대역사를 값싸게 수주받아 부실공사를 할 수 없다』며 버텼고 이런 배짱이 오히려 리비아정부의 믿음을 샀다.
그리고 1차공사를 아무런 문제없이 공기를 단축하면서까지 해내자 리비아정부는 2차, 3차 공사까지도 동아에 맡겼다. 특히 최근 의향서를 교환한 3차공사는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일을 맡기 전에는 한치의 양보 없이 따질 것을 모두 따지지만 일단 시작하면 완벽하게 해내고 마는 동아맨들의 우직성과 근면성의 산물이 바로 리비아 대수로공사인 것이다.
이런 사풍은 그룹 인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동아는 아직도 순혈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1백60여명에 달하는 임원들은 모두 동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다른 기업출신이라고 해도 과·차장급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케이스는 있지만 임원으로 곧바로 영입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동아그룹이 외부출신 인사들을 차별한 것은 아니다. 임원진의 60%가 지방출신이고 친인척의 경영참여는 전무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는 동아의 문화가 그만큼 단순하고 개성이 있다는 의미다. 동아는 다른 문화를 받아 들이지만 결국에 가서는 동아라는 용광로에서 녹여 새로운 동아맨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그룹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순하면서도 이질적인 요소를 녹여낼 수 있는 힘이 있는 문화라는 것이다.
동아의 이같은 문화는 건설업 단일업종을 주력으로 성장한 그룹의 사업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45년 토목업으로 출발한 동아는 운송업과 금융 등으로 다각화를 통해 성장했지만 51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여전히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사업구조 또한 다른 그룹에 비하면 매우 단순하다. 동아의 역동성과 고집스러움은 이처럼 단순한 사업구조하에서 사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한결같은 동아의 단일주의 문화도 21세기를 앞둔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는 환경변화에 의해 변화되는 측면도 있지만 동아인 스스로가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동아는 건설 일변도의 사업구조의 탈피를 위해 지난 93년 방송사업 참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정보통신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21세기형 유망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보수적인 기업문화도 신시대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동아는 최근 「고객경영, 창조경영, 세계경영, 사회공헌」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내걸고 21세기형 사업구조에 맞는 새로운 문화창조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또 대한통운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창조와 혁신의 자세」를 특히 강조하고 있으며 「익스프레스 21운동」 등 다양한 의식개혁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함께 의식개혁을 위해 지난 93년을 「신바람 나게 일하는 해」로 정했으며 올들어서는 조기출퇴근제와 무인결재 가필정정제도를 비롯한 보고 및 결재제도의 개혁 등 신경영운동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 일변도의 현장문화와 누적되온 구습의 때를 벗고 역동적이면서도 자율성과 창의성이 살아있는 새로운 문화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인사의 순혈주의도 바뀌어 가고 있다. 방송, 정보통신, 금융 등으로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전문경영인의 영입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박봉환 생명보험고문과 김광희 증권회장, 김창락 생명보험사장 등 금융계열사의 최고경영진과 동아텔레비전의 유성화 대표 등이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경영진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동아는 보수주의의 전통위에 자율과 창의라는 새로운 문화를 접목시켜 새로운 동아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민병호>
◎동아그룹의 비전/사업구조 취약·첨단분야 전무 약점 극복/방송·유통 등 다각화로 초우량기업 다짐/R&D·마케팅 강화 2000년 매출 30조 목표
지난해 발간된 동아그룹 50년사에는 동아의 약점을 이렇게 적고 있다.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그룹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했다. 여기서 나타난 그룹의 약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룹규모에 비해 사업구조가 취약하다. 둘째, 반도체나 항공 신소재 같은 첨단산업이 전혀 없다. 셋째, 그룹의 주력업종이 노동집약도가 높은 산업이어서 고임금 추세에 취약하다. 넷째, 재고저장이 불가능해 경기변동 대응능력이 취약하다. 다섯째, 제조업체가 없어 성장둔화를 초래하고 있다. 여섯째, 계열사간 불균형의 심화로 교류가 곤란하다. 일곱째, 해외조직망의 미흡으로 그룹의 세계화가 초보단계이다.」
동아인 스스로가 내린 이같은 자체진단 결과는 앞으로 21세기를 향해 동아가 추진하고 있는 변신의 방향을 유출할 수 있다.
올해초 마련한 21세기 비전에서 동아는 오는 2000년까지 사업구조를 현재의 건설, 운송, 금융의 3개 축에서 방송, 정보통신, 유통으로 다각화하고 해외사업을 대폭 확충, 21세기 초우량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아는 올해를 「재창업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또 한 번의 변화와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동아는 그 첫단계로 그동안 건설·현장 중심의 보수성에서 탈피, 도전과 창의력을 살리기 위해 「고객경영, 창조경영, 세계경영, 사회공헌」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내걸었다.
또한 「창조와 도전의 정신, 전통과 혁신, 신명나는 일터, 생동감 있는 조직, 바른자세 실천」이라는 동아가 새롭게 지향하는 기업문화도 제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자율경영의 정착을 위해 3개 계열군에 경영을 총괄하는 부회장을 두고 각 계열사에는 전문경영인 사장체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동아는 최원석 회장 1인 지휘체제에서 자율적이고 공정한 경영풍토를 만들어 나갈 것을 선언하고 있다.
또 앞으로 신규진출 분야로의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취약한 마케팅관리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동아는 오는 2000년 해외 수주액 4조원을 포함한 그룹매출액 30조원을 달성하는 「세계적인 동아」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다.<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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