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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경제 패러다임 바뀐다] 고성장때 팔았던 연 10% 고정금리 상품이 부메랑으로

■ 보험사<br>초저금리에 경영난 미·유럽 전철 밟을 우려<br>약정금리 인하 등 극약처방 고려해야

"이대로 가다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에 노출돼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 보험사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역마진 리스크에 대비해 지급준비금을 쌓는 등 나름대로 대처를 해왔던 보험사들도 힘겨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보험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진익 보험연구원 실장은 현 시장을 엄중한 국면으로 바라봤다.

저금리로 자산운용수익률이 갈수록 하락해 4.0% 초반까지 떨어진 보험사가 적지 않은 가운데 변동금리로 매월 조정되는 저축성이나 연금보험의 공시이율은 여전히 4% 중반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탓이다. 실제 생명보험협회 공시 자료에 나타난 지난 4~5월 자산운용수익률을 보면, 삼성생명이 4.0%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이 4.0~5.0%대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고성장 시절 외형성장을 목표로 줄기차게 팔았던 연 10%에 육박하는 고정금리 상품은 이제 보험사의 목줄을 옭아매고 있다. 6월 말 현재 고정금리 상품은 저축성보험의 36.8%(삼성ㆍ대한ㆍ교보ㆍ신한생명의 계약건수 기준)에 이르는 실정이다.

진 실장은 "과거 일본의 생보사들이 외형 경쟁에 몰입하다 경제 불황과 역마진 위기에 줄줄이 도산했던 것처럼 미국과 유럽 보험사들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당수 보험사들이 건전상 확보 차원에서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영국계 보험사 아비바그룹은 우리아비바생명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ING그룹도 현재 ING생명의 한국법인을 비롯해 아ㆍ태법인의 매각 작업에 나선 상태다. 에르고그룹도 최근 손보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를 악사에 팔아 넘겼다. 국내 보험사들이 현재의 구조적 위기를 과소평가하거나 위기 대응 시점을 실기할 경우 이미 초입에 들어선 경영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자본확충 등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 실장은 "미국의 경우 자산뿐만 아니라 부채도 장부가 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꿨다"며 "국내 보험사들도 위험기준자기자본(RBC) 규제가 강화되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보험사 자산운용 담당 이사는 "지난해 초 4.5%수준이던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이제는 2.8%까지 떨어졌다"며 "자산 굴리기가 만만치 않아 현재 3.0%로 유지하고 있는 연금 상품의 최저보증이율을 내리는 등 모든 상품의 이율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점검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역마진 대처와 관련해 묘책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투자처 다변화 정도인데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불투명하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계약자와의 동의 하에 약정금리를 낮추는 식의 극약처방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쉽지는 않지만 약정 금리를 낮추고 다른 혜택을 주는 식으로 상품 구조 변경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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