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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업계 신사업 계획 흔들린다

"시장 예측 어려워" 한화케미칼 등 사업 지연·전환 잇달아


화학업계가 잇따라 신사업 계획을 연기하거나 바꾸고 있다. 태양광 소재, 2차전지, 셰일가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하던 신사업들이 급격한 환경 변화로 성장성 전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시장을 놓고도 업체별 판단이 엇갈리는 등 화학업체들이 신사업 추진하기 위한 시장 분석과 전망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정밀화학은 최근 태양광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합작사 SMP의 지분 일부를 정리하면서 태양광 사업 육성 계획을 사실상 파기하고 대신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울산 공장 부지 내 폴리실리콘 라인 완공을 불과 2~3개월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애초 폴리실리콘을 신사업으로 확정하고 미국 선에디슨과 함께 SMP를 설립한 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공장을 짓는 중이었다. 삼성정밀화학은 특히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르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1만톤 규모로는 부족하고 지속적으로 대규모 증설을 위한 자금을 투자해야 해 사업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양극활물질 등 2차전지소재를 개발하는 쪽을 육성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도 최근 지난해부터 추진하던 셰일가스 합작 사업 진출과 관련해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한화케미칼은 그동안 저렴한 원료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북미 현지 업체와 셰일가스 합작 사업을 추진했다. 한화케미칼은 그러나 셰일가스가 채굴비용이 올라 더 이상 원가 매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고 협지 업체와의 협상을 중단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신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GS칼텍스는 2012년 일본 쇼와·타이요오일과 합작해 전남 여수공장에 총 1조원, 10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PX)증설투자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외국인투자촉진법에 가로막혔다. 올 초 외촉법 개정으로 투자가 급물살을 타는가 했지만 여전히 부지 확보 이후 뚜렷한 진척이 없다. 증권가에서는 PX 공급과잉으로 PX 투자가 실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화학업체들의 포트폴리오 변경과 사업지연을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결과로 보고 있다. 같은 시장을 두고도 업체들의 시각이 엇갈릴 정도로 시장 변화가 빠르다는 것이다. 셰일가스만 하더라도 한화케미칼과 SK종합화학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데 반해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국내 화학사 가운데 처음으로 북미 현지에 합작사업을 하기로 했다. 롯데는 셰일가스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폴리실리콘 역시 삼성정밀화학은 이 사업에서 한발 뺐지만 한화케미칼은 여전히 신사업으로 주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황 변동이 빨라진 것은 물론 정유사와 화학사의 사업 경계가 무너지는 등 시장 예측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렸다가도 캡티브 마켓(내부 계열사 시장)이 확보된 안전한 영역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황에 기대는 대신 자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화학업체들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분야 중 시황이 좋은 제품을 신사업으로 찾아간다"며 "이 경우 시황에 따라 계획이 바뀌게 마련인 만큼 기술 투자를 통해 남이 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진출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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