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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소름

낡은 아파트서 괴이한 공포감이…이빠진 계단들과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 같고 낡고도 더러운 유리창, 낮이고 밤이고 으시시한 적막과 어둠만이 감도는 긴 복도, 계단 벽에 그려진 기괴한 낙서들, 환한 대낮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살아 꿈틀대는 것 같은 아파트. 용현은 간촐한 짐에 햄스터 한마리를 가지고, 얼마 전 화재로 죽은 소설가 광태가 살던 이 아파트 한 귀퉁이 504호로 입주한다. 천정과 바닥의 불에 그을린 기묘한 흔적, 처음 보는 공간인데도 이상하게 낯익은 장소, 복도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음산한 소리 등으로 용현은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을 예감한다. '풍경'등 단편영화로 영화계 주목을 받아온 신예 윤종찬 감독의 장편데뷔작'소름'은 공포스릴러지만 흔히 공포영화에서 볼 수 있는 괴물이 없다. 과장된 영상이나 사운드도 없다. 대신 영화속 등장인물이 사는 아파트는 언제라도 등장인물을 덮칠듯이 괴이한 형상을 하고 위협적으로 접근한다. 극도로 심리적이면서 본능적인 충격이 소름으로 돋아오르듯 시각적 이미지의 리얼리티를 넘어선 촉각적 현실감을 강조한다. 흉물스런 아파트에 모여사는 각 사람들은 하나같이 일반적 삶에서 이탈한 듯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거나 이상심리의 소유자들이다. 504호 흘러들어온 택시기사 용현(김경민)은 떠돌이 고아 출신이고, 그 옆집의 선영(장진영)은 아들을 잃고 매일 남편에게 구타당하는 여자이며, 일생에 남을 공포소설을 쓰겠다고 큰소리치는 삼류작가 이씨도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홀로 살며 평범한 삶을 살 기회를 이미 놓쳐버린 패배자다.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이 등장인물들이 꿈꾸는 인생의 도약이 모두 엽기적이다. 용현과 선영은 선영이 남편을 죽인 것을 계기로, 용현이 선영의 죽은 남편의 시체를 암매장해주면서 처음 관계를 맺는다. 이 작가는 30년전과 3년 전에 각각 504호에서 죽어나간 원혼의 저주로 용현의 운명이 비극적으로 뒤틀릴것이라는 전제하에 공포소설을 쓰고 있다. 용현과 선영은 사랑하는 듯이 보이지만 사랑하는 마음 만큼이나 이용당하지 않겠다, 이용당하면 복수하겠다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다. 아틀란타콘텐츠출시. 18세 이상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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