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예산으로 불리는 기금의 운용실태는 어떨까.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각종 기금의 자산규모는 1,228조원(2013년기준). 부채는 자산보다 207조원가량이 많은 1,435조원에 달한다. 지난 2008년 70% 초반대였던 부채비율도 5년여 만에 117%까지 높아졌다. 64개 기금 중 12개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이른바 '깡통기금'이다.
이처럼 정부기금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개혁이 진행 중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탓이 크다. 2011년부터 나라 살림 장부에 복식부기가 적용되면서 충당부채가 더해지기 시작한 데다 2013년에는 충당부채 계산도 변경하면서 두 기금의 부채가 159조원이 늘었다.
그렇다고 연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기금의 운영 실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공공자금관리기금이 대표적이다. 공자기금이란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발행한 국채와 타 기금에서 빌려온 돈으로 운영하는 기금이다. 재정 당국이 필요에 따라 이곳저곳에 '전용'해 쓸 수 있는 탓에 기획재정부의 '쌈짓돈'으로 불린다. 공무원연금 다음으로 부채 규모가 큰 공자기금은 2008년 250조원가량이었던 부채가 2013년 기준으로 415조원까지 불어 있다. 역시 자산(412조원)보다 부채가 3조원가량 많다. 공자기금의 부채는 해마다 적게는 25조원에서 많게는 40조원씩 늘고 있다.
기금 부채 증가는 재정상황이 녹록지 않은 정부가 기금을 복지재원으로 활용하거나 경기 부양에 활용한 측면이 크다. 기금은 국회의 촘촘한 감시를 받는 예산에 비해 감시가 덜한 데다 전체의 30%가량을 부처에서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있다.
기금의 부실은 단순히 운용상의 적자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 출연금 외에 국민과 기업에서 거둔 부담금 등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는 게 더 큰 문제다. 기본적으로 감시와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방만 운용은 물론 부정수급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한 국고보조금 재원의 상당액이 각종 기금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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