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은 훌륭한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만들지만 아직 한국만의 영혼(soul)을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제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융합과 혁신의 문화를 일구고 이를 통해 세계를 관통할 수 있는 한국적인 코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공학도이자 예술가·혁신가로 살아온 마이클 홀리 전 MIT 미디어랩 교수의 지적이다.
홀리 전 교수는 '서울포럼 2014'이 개막된 21일 서울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는데 모든 게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어 놀랐다"며 "그동안 한국이 전자와 디스플레이·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비약적인 성과를 이뤘지만 아직 한국만의 정체성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날 홀리 전 교수가 기조강연을 한 서울포럼 2014 개막식은 500여명의 청중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그는 한국의 도약을 위해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SW산업은 현재 한국 산업계의 가장 큰 '잃어버린 조각'"이라며 "SW산업을 육성하고 고(故) 스티브 잡스의 애플처럼 SW와 HW를 융합해 동시에 모두를 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에 대한 수용성도 키워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다름'이 종종 '틀림'으로 인식되는 아시아 사회, 특히 한국에서 혁신의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홀리 전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만 혁신가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창의성을 북돋울 수 있는 교육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이 다섯 살 때 처음 도서관을 찾아 뽑아든 책이 별에 관한 책이었다"며 "좋은 교육환경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바탕"이라고 덧붙였다.
홀리 전 교수도 MIT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 교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민스키 교수는 매사추세츠에서 딱히 의지할 곳이 없었던 홀리 전 교수를 자신의 집 다락방에서 1년간 살도록 했다. 한집에서 살게 된 두 사람은 틈나는 대로 연구과제뿐 아니라 수많은 주제를 놓고 대화했으며 그때의 경험이 과학자로서 또 혁신가로서 오늘의 자신을 있게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국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며 "교사와 학생이 만나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젊은 인재들이 과감하게 실패하고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홀리 전 교수는 "한국은 인재를 끌어모아 특정 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내는 장점을 가지고 환상적인 제조업ㆍ정보기술(IT) 분야의 기반을 구축했다"면서 "바이오테크·로봇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당연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