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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 NO' 할 수 없는 나라

『도쿄(東京) 증권거래소 이사장에게 들은 것이지만 도쿄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매매하는 30%가 외국자본이라는 것이다. 남은 70%가 일본의 국내자본. 그렇지만 30%인 외국자본이 사는가 파는가에 따라 국내투자가 70%가 움직이고 있다.주가의 오르내림은 이제 외국자본이 결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일본 증권시장은 이미 외국자본에 점령돼 있다. 이런 말을 듣노라면 금융에도 국가안전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일본은 어느덧 평화에 대한 의식이 희미해져 군사적 안전보장이 필요치 않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쪽이야 자위대(自衛隊)가 있으니 괜찮을 지 몰라도 증권시장에는 자위대가 없다. 방위수단이 없는 것이다. 자본시장, 금융시장에도 국가안전보장 시스템은 필요하다.』 일본의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요미우리 신문사 사장이 쓴 회고록 천운천직(天運天職)의 한대목이다. 전후 최고의 정치기자로 정평이 난 와타나베사장은 위기에 처한 일본의 진로(進路)를 말하는 가운데 그렇게 지적한 것이다. IMF사태 후 우리나라 자본시장에도 외국자본이 물밀 듯이 들어와 이미 큰손으로 주가를 좌우하고 있는 현실이다. 외국자본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 증권맨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증권시장에서의 외국자본동향은 어느덧 우리의 주요시장지표의 하나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외국자본은 우리 나라의 우수한 인재(人材)들을 스카웃해서 국내외 자료를 분석하고 정보를 수집한 후 그들의 거대한 자금력과 전문적 노하우를 발빠르게 이용하고 있다 한다. 외국자본은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자본시장을 사실상 점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0년쯤 전 일본에서는「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 소니 회장과 젊은 작가출신 정치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의 공저로 일본이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했을 때 미국에 쇼크가 커 여러 가지 반응이 일어날 것이며 드라마틱한 장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뒤이어「그래도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결단코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이 나왔다. 과연 우리에게는 「노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이 있는가. 우리의 처지로서는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보인다. 막대한 빚을 진 기업인은 말할 것 없고 정치가, 정부 당국자 어디를 둘러봐도 오히려 예스(YES)라고 말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돼 버렸다. 한마디로 「예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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