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9일 정치 테마종목들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를 한 일당이 금융당국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 증권사 출신 전업투자자로 구성된 작전세력이 정치 테마종목들이 치솟는 과정에서 주목한 점은 현 가격제한폭 제도의 허점과 투자자심리다. 이들은 단 5개월 동안 상한가 굳히기라는 새로운 수법을 동원해 모두 401차례의 허수 주문을 내 54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에도 적발된 바 있는 상한가 굳히기는 투자자들의 심리와 상승률이 15%까지 제한됐다는 현 제도의 빈틈을 이용한 수법"이라며 "이들 작전세력은 해당 종목의 주가를 상한가로 끌어올린 뒤 유지만 하면 투자자들이 추종매수에 나선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변동성(VI) 완화장치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이 같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정치 테마종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한가 굳히기 등 현 가격제한폭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가 상당수 적발된 만큼 이 같은 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총선 및 대선과 맞물려 일부 종목들이 '정치인 ○○○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만으로 크게 치솟은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시세조종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 불공정행위로 시세차익을 챙긴 작전세력 18명이 금융당국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되거나 통보 조치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측의 한 관계자는 "변동성 완화장치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갑자기 치솟으면 자동적으로 경쟁매매에서 단일가격 매매로 전환된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주가급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추종매매 등이 줄어들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틈을 타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작전세력의 주가 왜곡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변동성 완화장치 도입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불공정거래 행위 차단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보다 다양한 투자자에게 투자기회가 부여된다는 점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일정 수준까지 오르는 데 한계를 두지 않고 일정 수준 오르면 다시 쉬게 하는 변동성 완화장치를 도입할 경우 다양한 가격에 주식이 거래될 수 있어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간 정보 불균형을 줄여 줄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정보가 풍부하지만 반대로 일각에서는 이를 얻지 못해 정보 불균형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며 "변동성 완화장치는 갑자기 주가가 치솟는 게 아닌 서서히 오르게 하는 효과를 가져와 늦게 정보를 취득하더라도 투자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 내 헛소문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인지 아닌지가 확인될 수 있어 풍문에 휩쓸려 투자했다 손실을 입는 투자자들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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