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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세계경제 태풍 몰려온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최근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바로 환율전쟁이다. `가장 약한 통화`를 지향하는 환율전쟁의 무기는 구두 또는 직접적인 시장개입에서부터 통화증발, 금리인하, 통상압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각국은 지금 이 같은 수단을 통해 통화의 평가절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환율문제가 최대의 경제 현안으로 부상한 상태다. 자칫 원화가치 상승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는 수출에 적신호가 들어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율전쟁 참전국 갈수록 확대=환율을 둘러싼 각국간 마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는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 특히 재정은 바닥나고 금리는 최저 수준이어서 더 이상 재정과 금리 정책을 동원하기 어려운 현재 상태에서는 환율정책이 경기부양을 위한 마지노선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장기 침체 탈출을 노리는 일본은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무제한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 위앤화에 대해서도 평가절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 1985년 엔화의 대(對) 달러화 환율을 달러 당 250엔대에서 대폭 낮추기로 한 플라자 합의의 경험을 근거로 위앤화 평가절상 문제를 국제 쟁점화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환율 문제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그 동안의 강 달러 정책을 포기하고 중국 등 여타 국가 통화에 대해 평가절상 압력을 노골화하면서부터.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시적인 경제 회복의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최근 중국에 대해 고정환율제의 폐지 압력까지 넣고 있다. 유로권은 유로화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그 동안 강 유로를 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지만 독일을 비롯한 각국의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유로 강세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지난 10일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유로 약세 유도를 주문했다. 영국 역시 파운드화가 유로화에 대해 16% 이상 평가절하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환율전쟁에 뛰어들고 있으며, 한국ㆍ타이완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각국도 자국 통화 방어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앤화에 각국 압력 집중 조짐=중국은 지난 94년 이후 위앤화를 달러 당 8.3위앤 선에서 묶는 관리변동환율제라는 독특한 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위앤화 환율이 8.3위앤을 크게 벗어날 경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일정 범위 안으로 고정시키는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다. 현재 국제 금융계에서는 구매력 평가를 기준으로 위앤화의 적정 환율은 달러 당 4위앤 정도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위앤화는 달러화에 연동되는 페그제로 인해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하락하는 만큼 평가절하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얼마 전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중국에 대해 고정환율제의 폐지를 종용하고 나선 것 역시 중국의 현행 환율제도가 달러 약세에 따른 미국의 경기 부양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미 제조업체들의 불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국내 기업의 외화표시 자산 투자 확대 등 위앤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고정환율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어 미국ㆍ일본 등 각국의 집중 포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발목=한국의 원화는 2002년 이후 지난 5월말까지 달러에 대해 8.2% 평가절상 됐다. 물론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통해 수출은 늘리면서 동시에 수입제품의 가격을 올려 자국 경제의 회복을 꾀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원화는 연내 달러 당 1,100원 초반까지 환율이 하락(통화가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내년 이후 장기적으로는 1,100원을 밑돌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최근 원화가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 급등 세가 꺾이지 않고, 일본 역시 시장 개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한국의 수출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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