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으로 기억됐던 지난해를 생각해 보면 올 1월 국내 증시는 나름대로 신선하게 출발했다. 비록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됐던 단기 랠리는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크게 오르지도, 추락하지도 않아 이전과 같은 극도의 불안감은 진정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거꾸로 뒤집어 보면 우리 증시는 코스피지수 1,100~1,200포인트의 박스권에 철저히 갖힌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줄줄이 이어진 실적 쇼크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전망에 따른 공포가 글로벌 경기부양이라는 호재를 덮었다. 증권사들은 2월에도 이같은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구조조정 불협화음과 실물경제 침체의 폭, 기업실적 하향조정 등이 증시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월과 마찬가지로 경기방어주나 정책수혜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조언이다. ◇급락 가능성 제한적이나 상승엔 한계=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금융시장은 안정기조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2차 구제금융안 카드를 선보이며 부실채권 처리에 나설 전망인데, 부실채권 처리는 전통적으로 금융위기 해결의 마지막 처방으로 내세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시장은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크레디트물을 중심으로 스프레드 하락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유동선 장세가 개시되기 전의 신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의 지나친 수익률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기대 수익률이 높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저유가ㆍ저금리ㆍ저원화 등 이른바 신3저 현상이 향후 경기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동성 측면에서 볼 때도 서서히 개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제로 금리 본격화와 각국의 경기부양책 가시화에 따른 효과들이 점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고, 외국인으로 대표되는 수급여건 역시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수는 점진적인 복원력을 보이면서 체감경기 약화 속에서도 증시로의 유동성 유입 확대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N자형 단계적 상승의 와중에서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테스트받는 불안정한 레벨업 현상이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주식시장에 든든한 지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금융기능 불능 상태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실물경제 침체가 계속될 전망인 만큼 당분간 방향성보다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1,000 저점으로 최대 1,250 전망=주요 증권사들은 대체적으로 2월에 코스피지수가 1,000~1,200 사이를 오가는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코스피 지수밴드 1,000~1,250선을 제시한 삼성증권은 “미국 정부의 2차 금융구제안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기의 추락 가능성과 디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ITㆍ자동차 등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강화되는 업종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관련 낙폭과대주 및 정부정책 수혜 관련 중소형주 역시 모멘텀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비슷한 지수밴드를 전망한 현대증권은 ▦안정성이 돋보이는 업종 대표주 ▦구조조정시 생존 경쟁력을 지닌 대형주 ▦재정확대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에너지ㆍ소재ㆍ산업재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포스코나 LG화학ㆍ삼성엔지니어링ㆍ현진소재ㆍKT&G가 이에 해당된다는 분석이다. 동양종금증권은 IT업종에 대한 위험관리를 당부했다. 김승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IT섹터의 경우 하반기 기대감은 유효하지만 단기적으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며 “이익 전망치가 안정된 통신ㆍ소비재섹터를 비롯해 항공ㆍ자동차부품ㆍ가스업종 등의 실적 안정성이 높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디폴트 리스크를 과잉 반영했던 업종 대표주 중심으로 기계ㆍ건설ㆍ대체에너지 등 정부정책 수혜산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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