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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시행한 '피크시간대 10% 절전 규제'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전력 다소비 업체들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따로 없는 크고 작은 고충들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정부 가이드라인은 수용이 어렵고 차라리 과태료를 내겠다"고 반발하고 나섰고 일부 지역 상공회의소들도 정부의 절전 목표에 사실상 동참이 어렵다는 뜻을 보이고 있어 올 겨울 전력 피크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철강ㆍ정유ㆍ화학 등 대표적인 대규모 전력 사용 업종의 기업들은 전기 아끼기 비상 체제에 들어갔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10% 감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하루 최고 300만원으로 계산해 제한조치 시행일수 77일(내년 2월 29까지)간 최대 2억2,5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대기업은 이날 각 공장별 전력 사용량과 가능한 절전 규모를 다시 한번 파악하라고 각 사업장에 긴급 지시했다. 15일부터 전기 아끼기를 시작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업의 특성상 공장을 껐다 켜는 게 안 된다"면서 "정부의 절전 시책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10%씩이나 줄일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회사는 전력 사용을 최대한 아껴보되 어쩔 수 없는 부분은 과태료를 납부하고서라도 전력을 사용할 계획이다. 화학 분야의 또 다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산업마다 특성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절전 목표를 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유업종인 GS칼텍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식으로 전기를 아끼고 있다"면서 "그러나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가이드라인만큼 전력 사용을 줄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난감해 했다. 전기로 제철 국내 1위인 현대제철은 절전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량 조절, 적극적 설비 보수 등으로 전기를 아끼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고로의 부생가스를 이용하는 자가발전량을 늘려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전력 사용량 중 자가발전 비중이 80%인데 이번 겨울에는 그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상공회의소도 반발하고 나섰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전날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업체마다 피크시간대 난방 중지, 조명 끄기, 컴퓨터 절전상태 전환 등을 실시했지만 10% 감축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김천상공회의소도 "산업용 전력사용 제한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달라"는 내용을 담아 최근 대통령ㆍ국무총리ㆍ지식경제부 장관에게 건의문을 보냈다. 중소기업들도 저마다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천의 한 오디오 제조업체 측은 "공장 가동률에 맞춰 수출 계약을 했는데 전기를 아끼기 위해 가동률을 낮출 수는 없다"고 난감해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난방 등 제조공정 외 부분에서 절전하고 있지만 10%를 줄이기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남의 한 단조 전문 중소기업 관계자는 "최근 사무실 난방을 거의 멈추고 직원들의 내복 착용을 권유했다"면서 "갑작스런 정부 시책에 직원들의 근무 여건까지 나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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