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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대응책 급하다] 미봉책 계속땐 수출ㆍ금융 대혼란
입력2003-07-18 00:00:00
수정
2003.07.18 00:00:00
성화용 기자
“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ㆍ환율급등락과 시세난조를 막기 위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세계 무역질서 재편과 핫머니의 준동에 대비해 보다 단호하고 효과적인 외환시장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이 전세계로부터 위앤화 절상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무역질서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은 `환율전쟁`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전략적 환율정책`의 수립이 시급하다는 충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약달러 정책`을 고수하며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회까지 나서 포문을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ㆍ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으로 돌리고 있고, 여기에 가세해 한탕을 노린 국제시장의 투기자본들이 또 다시 아시아지역을 노리고 있다. `관망`만 하다 정책대응의 시기를 놓칠 경우 유일한 성장엔진인 수출이 치명상을 입게 될 뿐만 아니라 투기세력에 의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또 다시 망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 환율은 `미조정`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간헐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적정한 통화가치를 유지하겠다는 그 동안의 정책기조는 지금 시점에서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환은경제연구소 이영숙 연구위원 역시 “중국이 미국의 압력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위앤화 절상에 나서는 시점이 세계무역질서가 혼란에 빠지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환율정책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산업정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와 금융계ㆍ학계에서는 재경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물론 외교ㆍ통상채널을 맡고 있는 모든 정부 부처가 함께 나서 세계 환율전쟁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겉도는 한국의 환율정책=외환당국은 최근의 원화가치 절상(환율하락)이 국제적인 투기세력 탓이라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5일 환율방어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발행한도를 4조원 늘렸다. 재경부 관계자는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오가며 이중의 차익을 남기는 투기세력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말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은행도 환율의 하락세를 적정 수준에서 통제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시장개입의 빈도를 높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당국의 환율정책은 종래의 `스무딩 오퍼레이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원화절상의 원인으로 `투기세력`을 지목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핵심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씨티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핫머니의 유입이 감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이 주축이 된 세계적인 환율전쟁”이라며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투기세력들이 입질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업무 담당임원도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외환당국이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환율이 지나치게 많이 떨어질 때마다 달러를 사들여 원화가치를 방어하는 수세적인 전략만으로는 `격변기`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위앤화 절상`이 분수령=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드러내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를 높이라고 압력을 넣는 등 전면적인 공세에 나섰지만 우리 정부는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기가 문제일 뿐 결국 중국이 위앤화를 일정폭 절상할 것이며, 이 때 우리도 분수령을 맞게 된다고 보고 있다. 위앤화의 절상은 그 자체만으로는 우리나라 수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그 만큼 원화에 대해서도 절상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데 있다.
환은경제연구소의 이 연구원은 “그 때(위앤화 절상시점)가서 방법을 찾으려면 늦다”며 “미ㆍ일 등 주요 선진국에 대응할 명분과 논리를 개발해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다가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식의 환율정책으로는 한계가 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산업ㆍ수출정책 함께 고민해야=미국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치가 절상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 지에 대한 분석과 미ㆍ중국의 환율정책 등 핵심변수를 감안한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충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해외투자은행들과 연구기관들은 하반기 평균 원화환율을 1,100원~1160원대로 낮춰 잡고 있다. 원화강세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을 동원해서라도 핫머니로부터 원화가치를 지키겠다`는 식의 상투적인 정책대응으로는 우리 경제를 글로벌 환율전쟁으로부터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환은경제연구소의 이 연구위원은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방어에 매달릴 경우 자칫 환율조작국의 오명을 쓰거나 더 큰 통상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책임연구원도 “정부의 고민이 너무 피상적인 문제에만 머물고 있다”며 “미ㆍ중의 대결구도를 전제로 산업정책과 수출정책을 환율정책과 묶어서 대외 경제정책 전반을 거시적 관점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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