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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피해社 지원책 현장선 먹통

정부 추가대책 발표 불구 은행들 초과 대출 기피… 당국선 현황파악도 못해


키코(KIKO) 계약으로 24억원의 피해를 당한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 부품업체 A사의 자금담당자 최모씨는 지난 5일 생산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키코를 계약한 은행의 지점을 찾았다가 황당한 말을 들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키코 피해기업 지원책에 따라 60억원을 대출받으려 했으나 은행 직원이 "본점으로부터 아무런 세부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대출심사를 거부한 것이다. 최씨는 "키코 계약을 한 은행 지점 두 곳을 찾았지만 은행 직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정부의 키코 지원대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며 발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자동차업체와 100억원어치의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장 생산자금이 없어 생산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금융위원회와 지식경제부ㆍ금융감독원 등 정부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한 키코 피해기업 추가지원대책이 현장과의 소통 부재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8일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키코 피해기업 지원대책이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난 이날까지 지원 대상 기업 220여곳 가운데 은행 측과 대출심사를 진행 중인 곳은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키코 기업 지원을 위해 은행연합회와 '키코 손실 지원 방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중은행에 전달하고 3일 뒤인 28일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지원 방안은 재무구조가 일정 수준 이상인 키코 피해기업에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이 50억원의 범위 안에서 대출금액의 40%를 보증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정작 일선 은행 지점에서는 '키코 지원대책에 대한 아무런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외면한다는 게 키코 기업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일부 은행은 대출 자체를 아예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보증기관의 보증비율(40%)을 초과하는 대출을 해줄 수 없다며 보증 추천을 기피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B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보증기관들로부터 보증 약속을 받아냈지만 정작 은행들은 보증 범위를 벗어나는 대출은 불가능하다며 대출심사 자체를 거부해 보증서를 발급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키코 계약을 한 주 채권은행과 주 거래은행이 다른 경우에는 두 은행이 서로 대출을 떠넘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키코 기업들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독 당국인 금융위와 금감원은 은행들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시중은행에 대출 지원 지침을 내려보냈고 은행장들에게도 협조를 당부했다"며 "실제 대출심사가 얼마나 진행 중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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