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류 값의 급등으로 석유보일러 대신 아궁이에 나무를 때는 농가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석유보일러에 밀려 더 이상 사용될 것 같지 않던 아궁이가 석유보일러를 대체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사람들은 석유보일러와 아궁이에 석유나 나무를 때서 열을 얻는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의하면 투입된 에너지에 대한 산출된 에너지의 비율은 언제나 1이므로 효율성을 이런 방법으로 정의할 수 없다. 핵심적 요소는 얻은 열로 사람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제 그 일이 방을 따뜻하게 하는 등 실내 온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하자. 기술적 측면에서 석유보일러가 아궁이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말은 실내 온도를 높이는 유용한 일을 하는 데 열효율이 더 높다는 것을 뜻한다. 열효율이 높다는 것은 실내 온도를 높이는 일 이외의 낭비되는 열의 비율이 석유보일러가 아궁이보다 더 낮다는 것이다. 물론 낭비되는 열도 분명히 어떤 일을 하지만 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 아니므로 유용하지 않다. 그러므로 효율성이란 순수하게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주관적 가치 판단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효율성은 객관적 요소를 포함한다. 석유 1리터나 장작 1묶음의 잠재적 열량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특성만으로 효율을 결정할 수는 없다. 효율성은 투입물 가치에 대한 산출물 가치의 비율로 정의된다. 따라서 투입물 가치와 산출물 가치가 달라지면 효율성도 달라진다. 또 효율성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절대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투입물의 가치와 산출물의 가치가 바뀌면 효율성은 언제나 그 순서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 가격이나 땔감용 나무 가격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석유보일러보다 아궁이를 더 선호하게 되거나 투입물 가치가 변하면 상대적 효율성이 바뀔 수 있다. 요즈음 같이 석유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 석유보일러의 투입물인 석유의 가치가 올라가므로 산출물 가치가 변하지 않더라도 석유보일러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즉 아궁이가 석유보일러보다 더 효율적이 되므로 아궁이가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증기기관차는 디젤기관차에 밀려 자취를 감춘 지가 오래됐다. 얼마 전까지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증기기관차가 서울과 의정부 간에 관광용으로 운행됐지만 지금은 그것도 사라졌다. 물론 연료는 경유를 사용했지만 증기기관차처럼 증기로 기적을 울리고 달리는 것은 예전과 같았다. 전동차까지 등장한 마당에 증기기관차가 다시 철도 운송의 총아로 부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일이다. 원유의 공급사정이 크게 악화돼 경유 가격이 아주 많이 오르고 다른 대체에너지 개발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증기기관차가 다시 효율적인 엔진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학생들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시험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한다. 영어와 수학 시험까지 한 시간 남아 있고 두 과목 중 한 과목에 투입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추가적으로 한 시간을 투입해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이는 곧 효율성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더라도 부지불식간에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각자의 능력과 선호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어느 한 방법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일률적으로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 특정 사안들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다른 이유는 그러한 사안들에 부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휴가를 얻은 사람이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휴가를 보내는 방법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평가가 다르더라도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지는 않는다. 휴가를 보내는 개인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정부가 추진하려는 대운하 사업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대운하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평가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그 결정권을 누가 갖느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쪽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항을 잘 이해한다고 해서 대운하 논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논쟁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면 논쟁의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선택의 문제는 부여하는 가치에 따른 효율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현재와 같은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용어설명 ◇효율성=투입물 대비 산출물 가치를 말하며 상대적 개념이다. 예를 들어 열 효율이 뛰어난 최신 기계가 있더라도 투입물(원료) 값이 오르면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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