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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봉의 감격을 통일 에너지로

[사설] 상봉의 감격을 통일 에너지로남북이산가족들이 분단 반세기 동안 오매불망하던 혈육을 만나 기쁨과 슬픔의 눈물로 3,000리 강토를 적시게 한 지난 3박4일은 꿈만 같은 순간이었다. 이 꿈에서 깨어났을 때 거기에는 또다시 이별의 시작이라는 현실이 있다. 그러나 이번의 이별은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하는 이별이다. 이산가족들이 만남과 이별의 자리에서 저마다 합창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진정한 의미가 이산가족의 상봉임을 새삼 확인하게 했다. 이번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85년의 첫 교환방문 때에 비춰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체제자랑과 같은 천박한 행태가 없어진 것은 무엇보다 바람직한 변화이다. 이번에도 북의 사람들은 「김정일 장군님의 은덕」을 빠짐없이 말했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고, 더러는 「김대중 대통령의 공덕」을 말하기도 했다.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상봉장면을 신속·상세하게 보도한 것도 달동네의 판잣집을 찍기에 더 분주했던 85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바뀌어야 할 점도 많았다. 합의된 곳 이외의 장소에서 만날 수 없게 한 것은 그중에서 표본적이다. 북에서 온 량한상씨가 병석의 노모를 눈앞에 두고 만나지 못하고 돌아갈 뻔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막판에 협의를 거쳐 노모를 병원에서 만날 수 있게 한 것은 다행이나 이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고향에 찾아가게 하는 것, 나아가 그들이 원하는 곳에서 살게 하는 것이 고향방문 사업의 본래 취지이다.북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점도 있겠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솔직히 시인했듯이 북한의 궁핍한 사정은 세계가 다 아는 것이다. 감춘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화해와 통일의 길에 체제경쟁은 의미를 잃었다. 9월과 10월에 만남은 다시 이뤄지고 내년에는 고향을 방문할 수 있을 전망인데 북측은 열린 자세로 이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방문단교환 사업은 더 빨리, 더 많은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면회소 설치는 가장 시급한 과제임이 확인됐다. 이산1세대 인구만 해도 100만명이 넘는다. 1년에 1,000명씩 만난다 해도 이들이 모두 만나려면 100년이 넘게 걸린다. 보다 획기적인 만남의 광장이 마련돼야 할 절실한 이유다. 이번에 100명의 북한 출신 이산가족을 만나는 데 30억원이 소요됐다. 100만명을 이런 식으로 만나게 하려면 경(頃)단위의 천문학적 경비가 소요된다. 이는 남북 모두에게 감당 불가능한 비용이다. 이산가족의 지속적인 상봉을 위해 남측이 할 일은 북측을 돕기에 넉넉할 만큼 경제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다. 상봉의 감격을 가슴에 새기며 일상에 충실해야 할 시점이다. 입력시간 2000/08/18 16:4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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