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증시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21일 코스피지수는 유로존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0.66포인트 떨어진 2,024.24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대한항공(-6.36%)과 아시아나항공(4.39%) 등 항공주와 STX팬오션(-3.46%)와 한진해운(-1.71%) 등 해운주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그리스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내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한 것은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부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53달러 상승한 117.9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고점(118~119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두바이유는 올들어서만 벌써 배럴당 12달러나 오르면서 120달러 수준까지 넘보고 있다. 올 들어 하향안정세를 보이던 WTI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배럴당 103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최근 원유시장에 투기세력이 몰려들고 있는 데다 이란문제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실제로 이란은 이날 유럽에 대한 원유수출 중단을 추가로 경고하고 나섰고 국제 원유시장의 투기적인 수요를 보여주는 비상업용 매매계약수도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20만 계약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지속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유동성 장세의 근간인 글로벌 통화 확장정책에 대한 국제공조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광혁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증시와 유가의 방향성이 틀어졌다”며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가 넘어서면 증시를 크게 억누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상황에서 유가의 추가적인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고 반대로 하락은 유동성 축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증시입장에서는 횡보세가 가장 좋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넘치는 글로벌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대감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 국제유가가10% 정도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아직 위험 수준을 넘지는 않았다”며 “전세계 원유부담률 등을 고려할 때 현 상황에서 유가가 10% 이상만 치솟지 않는다면 증시도 그만큼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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