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서 코스피지수가 방향성을 잃었다. 기관과 개인이 시장을 주도하는 수급주체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어 외국인의 매도 방향에 따라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행보를 볼 때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박스권 상단인 2,020포인트를 뚫고 올라가기는 힘들 것으로 진단했다. 박스권 내에서 움직이더라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배당 매력이 있으며 시장 대비 주가 변동률이 낮은 종목으로 투자 포인트를 좁혀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0.33%(6.54포인트) 내린 1,988.51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등 지수의 방향성을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
시장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는 외국인의 수급 변화가 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928억원어치를 사들였던 외국인은 하루 만에 772억원 순매도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12일까지 21거래일 연속 '사자' 행보를 보이던 외국인은 최근 들어 하루 걸러 순매수와 순매도를 반복하고 있다. 코스피지수 역시 외국인의 매매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신흥국 내에서 우리 증시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유럽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국가별 매력도에 따라 쏠림 현상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13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인도의 경우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친기업 성향으로 투자심리가 커지고 있고 다음달 대선이 예정된 인도네시아도 유력 후보인 조코 위도도가 투자 개방을 공략으로 내거는 등 정치적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신흥 시장 내 일부 국가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신흥국 내 우리나라의 투자 비중이 줄어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펀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11.9%에서 5월 말 현재 11.5%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인도는 2.0%포인트, 인도네시아는 0.7%포인트 늘었다. 이 밖에 애플의 신제품 출시 기대감에 애플향 정보기술(IT) 부품 매출이 큰 대만 역시 최근 5개월 동안 펀드 내 비중이 1.1%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우려가 커진 것도 외국인의 수급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매도폭을 키우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상당 부분이 유럽계로 추정된다"면서 "투자기간을 길게 잡는 미국계 자금의 유입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중국계 자금 유입세도 눈에 띄지만 단기 성격의 유럽계 헤지펀드가 외국인 수급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판단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 우려가 커진 후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외국인이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임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박스권 내 진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락가락하는 외국인 수급에 시장의 대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여전히 박스권 내에 머물면서 변동성을 키우는 상황에서는 실적 개선과 배당 매력, 낮은 주가 변동성을 갖춘 종목으로 투자 포인트를 좁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 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 변동성이 커진 이유 중 하나로 삼성전자의 실적 우려감을 들 수 있는 만큼 실적 개선세가 가시화되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박스권 내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실적 기대감이 있는 종목 중에서도 배당수익률이 높고 주가 출렁임이 적은 종목으로 투자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이 올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높고 최근 52주 베타값(시장 대비 주가 변동률)이 낮은 종목을 추려본 결과 금호석유(011780)와 삼성카드(029780)·LS(006260)·S&T모티브(064960) 등이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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