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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이벤트가 진행됐다. 하나금융지주가 창립 7주년 기념식을 을지로에 있는 본사 대신 이곳을 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을 한 가족으로 맞았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온 천하에 분명히 전달했다.
지난 2월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그룹이 카드와 은행 등 금융 전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이 내년 상반기 외환은행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합 성과가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는 곳은 카드 부문이다. 6월부터 240만개가 넘는 외환은행 카드가맹점에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하나SK카드는 신규 가맹점 모집과 가맹점망 전환에 따른 프로세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누리게 됐고 외환은행은 하나SK카드로부터 가맹점 이용에 따른 수수료를 징수하며 신규 수익원 창출이 가능해졌다.
은행 부문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8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외국통화의 조달 창구를 외환은행으로 일원화했다. 이로써 양 은행은 다양한 외국통화를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고 특히 하나은행은 환전 가능한 외국통화를 기존 32개에서 40개로 늘릴 수 있었다. 외국통화 환전 수수료율도 평균 12% 인하하며 외국통화 환전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지난달부터는 외국통화 위폐지폐 감식서비스를 양행 본점부서 간 통합 적용해 외국통화 위폐에 대한 업무 리스크를 축소시켰다.
지난달부터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자동화기기에서 양 은행 고객의 통장정리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통합으로 서비스의 스펙트럼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해외 영업점을 보유한 외환은행과의 협력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산시키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채무계열 거액신용공여제도와 해외감리제도 등 외환은행의 우수한 제도를 하나은행에도 도입하며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고객의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업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뿐만 아니라 직원 간 화학적 통합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23일부터 직원 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빨간 우체통'캠페인을 그룹 전체적으로 시행했다. 이 캠페인은 본부부서나 영업점별로 빨간 우체통을 실시하고 한 주간 직원들이 서로 감사하거나 칭찬할 일이 생기면 그 사연을 적어 우체통에 담아 두는 것이다. 부서장은 매주 한 번 우체통을 개봉해 사연을 공개하고 칭찬을 많이 받거나 동료에게 도움을 준 직원에 대해 공개적 격려와 함께 소정의 상품을 지급한다.
빨간 우체통 캠페인은 7월부터 외환은행 충청영업본부 19개 영업점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이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임원 워크샵에서 조별토론 결과 발표 후 이어진 강평 시간에서 우수사례로 소개하면서 그룹 전체로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의 시너지 효과로 하나금융그룹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업무 영역이 소매와 도매로 다소 상이해 교차 판매를 통한 수익 증대가 가능하다"며 "정보기술(IT)통합의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 개선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외환은행의 완전 통합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경우 시너지 효과의 강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익이 축적되는 내년 하반기 완전 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병수 동양증권 연구원도 "내년 상반기 하나금융은 잔여지분 취득을 통해 외환은행을 100% 자회사로 편입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 후 전산과 외환, 카드 부문에서의 시너지 효과는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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