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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에 재기기회 "경제충격 예방"
입력2002-02-03 00:00:00
수정
2002.02.03 00:00:00
■ 소비자 워크아웃 도입한다작년 신용불량 737만건 달해 파산급증 우려
정부가 파산에 이른 개인들을 위해 소비자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지난해 6월부터 법정관리ㆍ화의ㆍ파산 등 도산 관련 3법을 하나로 묶는 도산3법 통합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개인부문의 손질도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다. 최근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확실해짐에 따라 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진 것이다.
정부는 특히 선의의 개인파산자가 급증할 경우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켜 모처럼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기가 가라앉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 워크아웃제도라는 완충장치를 마련해 시장의 불안요인을 일단 제거하겠다는 뜻이다. 통합도산법은 화의제도를 폐지하고 갱생에 중점을 두되 회생과 퇴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대폭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 급증하는 개인파산
개인파산은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6년 처음 발생했고 외환위기 후 개인파산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99년에는 개인파산이 460건으로 늘어났다.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주가가 급등했던 2000년에는 줄어들었지만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615건(11월 말 현재)을 기록했다.
문제는 개인파산이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회사들의 가계대출 경쟁이 누그러들지 않는 반면 실업이 늘고 있어 가계의 상환능력이 급격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신용불량 발생건수가 사상 최대인 737만건까지 늘어났다"며 "개인파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현행 파산법의 한계와 문제점
개인이 파산선고를 받으면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파산자라는 낙인이 신원증명서에 붙어 회사에서 퇴직해야 하며 취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의 허가 없이는 거주하고 있는 동네도 마음대로 떠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오는 우편물과 전보 등도 파산관재인에게 먼저 배달돼 내용을 조사받는다.
공무원의 경우 공직생활을 할 수 없으며 파산자는 후견인ㆍ유언집행자ㆍ변호사ㆍ변리사ㆍ공인회계사ㆍ공증인도 될 수 없다.
복권이 되지 않는 한 개인의 인생이 파탄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복권되더라도 유교적 사회 문화풍토 때문에 파산의 오명을 쉽게 지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현행 파산법은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면서 잠재적 파산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회생과 효율적인 파산(퇴출) 관리보다는 퇴출에만 너무 집중돼 있다.
또 파산선고에 따른 법과 제도적 제재는 가혹하기 이를 데 없고 파산절차도 10단계 이상으로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롭다. 아울러 사회적ㆍ경제적 비용부담이 파산에 몰린 개인에게는 너무 부담스럽다.
◆ 소비자 워크아웃제도의 효과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워크아웃제도는 기업들의 워크아웃제도를 개인들에게 적용한 제도"라며 "파산상태에 빠진 개인들이 회생하는 데 시간적 여유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현행 파산법과는 달리 파산은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회생이나 파산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재산보전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의 시간이 길어 채무자의 재산보전이 어렵게 돼 있는 현행 파산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채무자에게 재기의 기회가 주어짐에 따라 파산급증과 이에 따른 사회적ㆍ경제적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 대출이 급증하고 과소비로 이어질 경우 금융혼란을 부를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에 따라 소비자 워크아웃제도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되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회사에 대한 신용분석 책임 강화, 소비자 워크아웃 지정요건의 세분화, 일정기간 최저생활권 보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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