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프로그램의 수급 대결이 치열하다. 개인은 적극적인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프로그램 매물이 예상보다 많이 쏟아지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매수 강도가 둔화되고 있고 기관 역시 매도 포지션을 지키는 바람에 전체적으로는 개인중심의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별다른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부진한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이나 ‘큰손’들이 노릴 만한 종목에 선별 투자해볼 만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상찮은 프로그램 매물=1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에 비해 5.05포인트(0.36%) 하락한 1,386.68로 장을 마쳤다. 개인과 외국인이 매수세에 나섰지만 기관이 4,53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5,000계약을 순매도하면서 베이시스가 악화돼 프로그램 물량이 대거 쏟아졌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프로그램매도차익 잔액이 7조원대에 달할 경우 매수세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날은 추가적인 물량이 쏟아지면서 차익잔액이 7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앞으로 프로그램 매물이 추가로 출회되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는 주식을 사들이고는 있지만 선물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모멘텀을 찾지 못해 매도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선물 매매 방향에 따라 주가 흐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수세도 주춤=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거리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날 외국인은 1,800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이달 초순과 비교하면 강도는 상당히 떨어진 수준이다. 외국인들은 금융불안 완화를 계기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지만 실물경제 회복 모멘텀이 뒷받침돼야 추가적인 매수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외국인의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증시가 지난주 9주 만에 조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전세계인 흐름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기관 역시 당분간 매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성장형)펀드의 주식 편입비율은 97.1%로 최근 4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투신권의 경우 펀드자금이 추가적으로 유입되지 않는 한 현금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외국인의 매수탄력이 둔화되고 기관은 여전히 매도 우위를 지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반적인 수급 상황은 개인투자자들의 행보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은 이날도 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급 흐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지수가 좀더 조정을 받든지 그렇지 않으면 더 호전된 경제지표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주, ‘큰 손 종목’ 등 관심권=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가치주나 ‘큰손’들이 노릴 만한 종목들이 추천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상승탄력이 둔화될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을 활용한 슬림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PBR가 낮은 종목으로 한섬ㆍ이수화학ㆍ현대차ㆍ신원ㆍ현대제철ㆍ동국제강ㆍ롯데쇼핑ㆍSK에너지ㆍLG상사ㆍ현대백화점 등을 추천했다. 최근 개인 장세가 지속되면서 ‘큰손’들이 사들일 만한 종목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자산이 많은 개인들이 매수할 만한 종목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며 “주로 가격이 높으면서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SK텔레콤이나 롯데제과ㆍ농심 등과 같은 내수주들이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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