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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45로 최철한은 상당히 큰 집을 좌변에 마련했다. 더구나 곤마로 쫓겨야 할 처지였던 흑돌이 백을 한 무더기 잡으면서 안정을 얻었다. 그렇다고 흑이 패를 통하여 이득을 얻은 것일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흑이 얻은 것은 20집 남짓의 실리인데 백이 패를 이기면서 얻은 두터움은 그것을 훨씬 능가합니다. 덤이 8집이나 되는 잉창치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흑이 아주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검토실의 조훈현이 하는 말이었다. 최철한도 자기의 비세를 인정하고 창하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창하오가 너무도 기분이 좋아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별로 깊이 생각을 하지 않고 46으로 달려갔는데…. “그 수를 보고 나는 속으로 후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최철한의 고백이었다. 백46은 물론 절호점이다. 그러나 그 수를 두기 전에 치러두었어야 할 수순이 있었으니…. 참고도1의 백1 이하 11(9는 3의 오른쪽)이 그것이었다. 흑은 12로 넘는 정도인데 그때 유유히 13으로 두었으면 백의 낙승이었을 것이다. 참고도1의 12를 생략하고 참고도2의 흑1에 굳히면 백2와 4가 즐거운 수순이 되고 6으로 걸쳐 역시 백이 유망한 바둑이다. 실전은 급소인 49에 손이 돌아와 흑도 실낱 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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