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실효성 없는 특별법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계류중인 부부강간죄 신설 논의도 그중 하나입니다” 여자 변호사가, 그것도 가정법원에서 부부강간 사례를 수십차례 목격한 판사 출신 변호사가 거침없이 부부강간 특별법 추진을 반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판사 재직시 부부강간을 포함해 1,000여건의 이혼판결 경험이 있는 박영식(사시 30회ㆍ여ㆍ사진) 변호사는 여성계 등이 주축이 돼 부부강간을 무기 또는 징역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만들려는 것은 또 하나의 형량 인플레로 법적 실효성을 도외시한 입법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부부강간을 처벌하는 것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살인 등 여타 흉악 범죄보다 형량을 높게 하는 것은 법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살인은 형법에 따라 사형,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 추진중인 부부강간죄는 무기, 7년 이상의 징역을 내릴 수 있어 징역형이 살인보다 더 세게 규정돼 있다. 그는 “기존 형법에 의거한 일반 강간죄는 징역 3년에 처하도록 돼 있어 집행유예가 가능하지만 부부강간죄는 형량이 너무 세 집행유예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판사들은 심적 부담 때문에 아예 부부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사회악을 발본색원하려는 사람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구체적 처벌을 다루는 법적 접근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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