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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전략에 길이 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한국인의 손재주와 높은 교육수준이다. 이런 특성을 잘 살려 성공할 수 있는 분야를 들자면 작으면서도 섬세한 핵심부품을 제조하는 업종일 것이다.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의 메모리 반도체가 그 좋은 예다. 일본보다 늦게 시작했으면서도 일본을 앞지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수율경쟁에서 일본을 누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이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할 수 없었던 90%의 수율을 우리는 초과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또 아직은 독일이나 일본에 뒤져 있지만 진입해 볼만한 분야로 렌즈제조를 들 수 있다. 웬만한 렌즈는 이제 컴퓨터로 깎지만 진짜 중요한 렌즈는 아직도 사람이 깎아야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렌즈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고, 독일이 이 분야에서 현재 가장 앞서가고 있다. 손재주면에서는 우리가 독일에 하등 뒤질 것이 없으나 문제는 끈기다. 독일에는 40~50년을 렌즈깎는 일에만 종사한 기술자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에겐 이런 고집스런 장인이 드물다. 장인들을 대우하는 분위기만 만들어 간다면 렌즈산업도 가능성 있는 분야다. 섬세한 부품을 제작하는 기계 만드는 공작기계산업도 장기적으로 투자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이지만 우리가 한층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4계(季)가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신이 준 축복이다. 우리는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니취다. 4계절이 뚜렷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산업 중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와 의류산업이다. 더운 여름과 겨울이 있어야 자동차의 에어컨과 히터의 성능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전천후 자동차의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의류산업도 4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시장측면으로 보더라고 세계 어느 곳에나 그 지역 기후에 맞는 옷을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며 공급할 수 있다. 열대지역에 있는 업체가 추운 지방의 옷을 잘 만들 리 없고 추운 지방에 있는 업체가 여름옷을 잘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제조분야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에서도 한국적 니취를 살려야 한다. 세계 유 일의 분단국가라는 점이 불행이기는 하지만 비무장지대와 판문점은 우리만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호텔도 서구식 방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온돌에 병풍과 보료가 있는 순 한국식의 스위트룸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차별화가 경쟁력의 원천임을 잘 알면서도 그동안 우리는 한국적 니취의 개발에 등한했던 면이 없지 않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천년을 주름잡을 한국적인 산업에 온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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