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와 리스사 등 국내 여신전문업(여전업)계의 성장성이 둔화하는 가운데 리스사에서 출발해 글로벌금융기업으로 자리잡은 오릭스(ORIX)의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6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여신금융협회 워크숍에서 이장균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 팀장은 일본 오릭스 그룹의 성공사례 분석과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1964년 일본에서 종업원 13명, 자본금 1억엔의 소규모 리스회사로 출범한 오릭스는 현재 전세계 36개국, 종업원 2만5,977명, 자본금 1조9,187억엔, 총 6개 사업부문을 거느린 글로벌 종합금융회사로 성장했다.
괄목할만한 오리스의 성공은 설립 초기 주로 설비투자업에 주력했던 것에서 벗어나 70년대에 한국을 비롯해 홍콩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하면서 사업 반경을 넓히고 80~90년대에 걸쳐 벤처캐피탈과 렌터카 및 비행기 리스, 숙박시설 렌탈, 금융투자업과 우편주문을 통한 보험상품, 인터넷 기반의 정기예금과 부동산 투자를 위한 모기지 금융상품까지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 것에 있다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이 팀장은 “오릭스는 1~2차 오일쇼크와 아시아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실적을 유지해 왔다”며 “올해 3월에는 1,868억엔의 지배주주순이익을 달성하며 금융 위기 이전 실적을 달성했고 내년에는 2,1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동차 판매촉진을 위해 설립된 우리나라의 여신금융전문회사(여전사)들은 여전히 자동차 금융 자산비중이 높다. 회사 수로 보면 자동차 금융 특화 여전사는 14개사(23.3%), 기타는 46개사(76.7%)지만, 총 자산으로 보면 자동차 전문 14개사의 자산이 54.4조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62.1%를 차지했고, 나머지 46개사는 33.2조원으로 37.9%에 그쳤다. 국내 여전사 리스 신규 취급규모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자동차 취급이 59.4%에 달했다. 이는 전년 56.8%보다 증가한 수치다. 할부금융 신규 취급규모 비중은 지난해 87.6%로 역시 전년 86.2%보다 상승하는 등 자동차 편중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팀장은 “국내 여전사도 사업 다각화와 해외 진출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할 때”라며 “정부에서도 여전사의 부동산 리스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의 판매 활동 촉진을 위한 기업 상품구매자금 대출도 여전업 본업 범위에 포함하는 등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한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없는 일본에서는 승승장구하던 오릭스가 75년 한국에 개발 리스 회사를 설립한 뒤 각종 규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폐업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보험업이나 렌트카 사업 등 오릭스가 적극적으로 진출했던 대부분의 사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사 진출이 불가능하거나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규제 완화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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