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제철사업 성사" 오너가 뛴다 박태준 기자 june@sed.co.kr ‘철(鐵)의 오너들이 움직인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경영과 여수 엑스포 유치전 탓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와중에 지난 10월 캐나다로 날아갔다. 현대제철과 EVCC 간의 석탄 장기공급계약 서명식에 직접 참석해 일관제철사업의 핵심인 원재료 조달의 깊은 관심을 보였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일관제철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총수의 의미 있는 행보”라고 전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쇳물 확보를 위한 철강업계의 총력전에 그룹 오너들이 직접 뛰고 있다. 쇳물과 열연강판 등 일관제철 체계를 갖추는 사업은 각 그룹의 숙원이자 사운이 걸린 대역사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5월에도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인 브라질 CVRD와 현대제철의 철광석 장기공급계약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미로 날아갔다. 원재료 조달 계약식에 총수가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확실히 현대제철 일관제철 사업에 무게감이 더해졌다는 게 철강업계 측의 반응이다. 정 회장은 또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당진공장에 한달에 한번은 찾아가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철을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열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10월 초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로저 아그넬리 CVRD 회장과 만나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다. 8월 동국제강이 제안한 브라질 세아라주의 고로건설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후 사업 협상은 급물살을 타 한달여 만에 CVRD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동국제강의 한 관계자는 “초기 제안 때 CVRD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후 회장이 직접 나서 사업을 진두지휘한 덕에 예상보다 빨리 결실을 맺게 됐다”고 전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동국제강은 오는 2011년부터 고로에서 쇳물을 높여 슬래브를 만드는 일관제철의 상부공정을 확보하게 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90년대 초반 전기로 건설로 성공한 미국의 뉴커사를 직접 방문하는 등 일찌감치 일관제철소 구축의 열망을 갖고 있었다. 김 회장은 경제성을 이유로 전기로 건설을 뒤로 미뤘지만 99년 동부제강 당진공장을 최첨단 시설로 완공해 국내 냉연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달 16일 당진공장 전기로 제철사업 기공식에 참석한 김 회장은 “20대 청년 시절 품었던 꿈을 40년 만에 이루게 됐다”고 말하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3사의 제철사업은 앞으로도 크고 작은 고비를 넘겨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오너들의 행보는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전했다. 입력시간 : 2007/11/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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