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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의 虛와 實

최근 한 베스트셀러에 나온 얘기다. 매일 시장에서 양파를 파는 인디언 노인이 있었다. 어느 날 백인 관광객이 양파 한 줄의 가격을 물었더니 노인은 10센트라고 대답했다. 백인은 떨이로 모든 양파를 다 사면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그렇게 팔 수는 없습니다”. 노인은 천천히 그러나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북적대는 사람을, 햇빛을, 바람에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합니다. 이것이 내 삶입니다. 그 삶을 위해 여기 앉아 있는 거랍니다. 양파를 모두 팔아 치운다면 내 하루도 끝이 나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회에는 이 노인의 양파처럼 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양심처럼 금전적으로 타협하면 안 되는 전통적 가치들이 그런 사례다. 이 같은 팔 수 없는 양심이 기업에 있어서는 기업윤리 혹은 윤리 경영이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아직도 사회적 정당성과 기업 효율성을 이율 배반적인 것으로 보고 이윤 추구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사례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가 어떤 것인지는 최근 비윤리적 경영으로 도산한 많은 기업들이 말해 주고 있다. 반면 윤리 의식을 도입ㆍ실천해 온 기업들은 100년 이상 장수하고 있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윤리적 발달 과정을 ▲무도덕 ▲준법 ▲대응 ▲윤리관 태동 ▲윤리적 선진화 등 다섯 단계로 구분할 경우,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준법에서 대응 단계로 이동하는 중이다. 단순히 위법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경영관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체 윤리 강령이나 헌장을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신문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이다. 아직도 임직원 한 사람이 윤리 경영 직무를 담당하고 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고 경영진의 다짐이 실무자들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임직원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통제되지 않는 경우 그 결과는 엔론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을 갖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보듯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임직원들이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윤리 경영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윤리 의식의 생활화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시스템은 일단 갖추면 운영의 효율성을 증가시키지만 결국 시스템을 유지,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기업의 구성원 개개인이기 때문이다. GE의 경우는 충실히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 중의 하나이다. 최근 GE의 회장인 제프 이멜트는 중국에서 한 인터뷰 중 까다로운 질문 하나를 받았다. 그것은 성과가 좋지만 윤리 경영에 소홀한 직원과 윤리 경영에는 충실하지만 성과가 부족한 직원 중 누구를 회사가 더욱 높이 평가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정말 쉽지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윤리의식이 부족한 사람은 조직에서 항상 제외돼야 한다. 윤리의식이 결여된 성과란 단기적인 결과일 뿐이다.” GE는 윤리 경영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뇌물공여 금지, 공정거래법 준수, 환경보호 등 13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 윤리정책이 있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윤리경영에 대한 서약을 포함한 3T(Training, Testing, Tracking) 시스템이 준법전문가, 옴부즈 담당자 등 보조 조직의 지원 하에 연중 운영되고 있다. 이런 체계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00년여년에 걸쳐 축적된 산물이며 이것이 거대한 한 다국적 기업을 유지시켜 온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새 정부는 기업의 투명성 및 기업 윤리에 많은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윤리경영이 아닌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경쟁력으로의 윤리경영을 실천하여야 할 때다. 또한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에서와 같이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채욱(GE코리아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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