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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 "플라이 낚시에 푹 빠졌어요"
입력2002-06-27 00:00:00
수정
2002.06.27 00:00:00
이베이 휘트먼·CNN 터너 HP 전CEO 플랫등 줄줄이재계의 내로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플라이낚시(fly-fishing)에 푹 빠져있다.
찰스 슈왑, 포드자동차의 빌 포드, 이베이의 멕 휘트먼과 CNN 설립자인 테드 터너를 비롯해 휴렛 패커드의 전 CEO 루 플랫, 펩시코의 전 CEO인 돈 켄달이나 로저 엔리코 등 은퇴한 거물들에 이르기까지, 플라이낚시는 재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인사들을 줄줄이 끌어들이고 있다.
AOL타임워너 스티브 케이스 회장의 인터넷 북마크 0순위도 다름아닌 플라이낚시 관련 사이트.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인생의 플라이낚시 여정'이라는 책을 검색하면, 이 책을 산 사람들이 구입하는 서적으로 리더십이나 자기개발 등 주로 경영관련 베스트셀러 이름이 오르곤 한다.
핼리버튼의 전 CEO인 딕 체니 부통령도 지난해 9.11 테러사태 후 며칠 씩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플라이낚시를 하고 있었다고 그의 사무실이 뒤늦게 밝힌 바 있다.
플라이낚시 전문잡지인 '플라이 피시맨'이 추정하는 미국 내 플라이낚시 인구는 총 5,000만~6,000만명. 하지만 플라이낚시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저활동은 아니다.
지난 92년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제작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의 개봉과 함께 플라이낚시에 뛰어든 수만 명의 사람들 가운데 90%는 이미 중도하차했다는 것.
플라이낚시는 본래 블루칼라 노동자들 사이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가장 저렴하게는 일 년에 100달러만 있어도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이다. 하지만 재력만 뒷받침된다면 낚시대 하나에 3,000달러, 안내인 고용에 500달러, 노르웨이 등 해외 낚시 여행에 주당 2만달러의 돈을 들일 수도 있는 것이 플라이낚시다.
'플라이 피시맨'의 정기구독자 13만명도 가계소득이 연 13만달러 수준인 백인 중년 남성이 대부분. 기업의 경영자들을 비롯해 의사와 변호사 등 비범한 성과를 올려 온 사람들이 중년에 접어들면서 플라이낚시에 발을 들여 평생 취미로 삼는다는 얘기다.
플라이낚시가 CEO들을 매료시키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CEO들은 송어를 낚는 과정이 퍼즐을 푸는 것과 같다며, 플라이낚시가 무엇보다 지적인 여가활동이라고 칭송한다. 실제 송어 서식지의 곤충학 관련 서적만 무려 40권에 달할 정도.
플라이낚시가 단순히 곤충을 낚시바늘에 매달아 두는 수동적인 활동이 아니라,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우아한 레포츠라는 얘기다.
또 많은 CEO들은 골프가 상담(商談)의 기회로 이용되는 사업적인 운동인 것과 달리, 강물소리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한 플라이낚시는 '젠', 즉 참선과 같은 면모가 강하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낚시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키고 사업상의 근심거리나 스트레스를 모두 떨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CEO들이 회사 일을 잊을 수 있다는 이유로 플라이낚시에 몰두하는 한편으로, 일부에선 플라이낚시가 사업과 공통점이 많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프트웨어업체 J.D.에드워즈의 전 CEO 에드워드 맥배니는 "낚시에 성공하기 위해선 집요함이 요구된다"며 "물고기를 쫓아가는 과정이 고객을 찾아다녀야 하는 영업활동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정리=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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