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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66.도서유통의 현대화(2)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여당과 야당의 후보 모두 미래의 한국을 동북아의 물류 중심국가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했다. 국가 발전에 있어서 물류의 원활한 유통이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그만큼 중요하고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유통문제는 국내 출판계에 있어서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도서유통 현대화 작업을 시작할 때 내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2가지였다. 하나는 출판정보통신의 확립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구난방으로 들어선 도매상의 정비였다. 96년 9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주)한국출판정보통신(약칭 BNK)은 유통회사인 `뿌리와 날개`가 전체 지분의 30%를 출자해 지배 주주가 되고 나머지 70%는 출협과 출판사, 도매상들이 배분했는데 총자본금은 13억원이었다. 주요 사업은 출판 도서의 DB서비스, 전자거래 문서교환(EDI) 서비스, 서점의 도서안내 서비스 등 출판사와 도매상, 서점과 독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였다. 97년부터는 출판사와 도매상간의 EDI 주문시스템 가동, 서점의 표준 POS시스템 공급 및 POS통계정보 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 DB개발과 서비스, 하이텔 단말기 공급 서비스 등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BNK가 출범해 업무를 시작하자 이용해 본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호사다마였다. 97년 3월 대형출판사인 고려원이 부도를 낸 데 이어 부산, 광주 등 지방 중소 도매상들이 부도를 냈고 서울에서도 청송, 한솔, 청호 등 도매상들이 잇달아 부도로 문을 닫았다. 그 해 11월에는 한국경제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IMF사태가 발생했다. 뒤이어 98년 2월2일 대형 도매상인 송인서점이 부도를 냈고 2월28일에는 국내 최대의 도매상인 보문당이 부도를 냈다. 국내 서적 도매의 60%, 2,000여 출판사와 2,700여 서점과 거래하던 보문당의 부도로 출판계에는 엄청난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출판사마다 책을 발행해도 믿고 보낼 도매상이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나는 일본의 예를 들어 정부 당국자들을 설득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일본은 `동판`과 `일판`이라는 2개의 도매상뿐이었다. 모든 책은 이 두 개의 도매상을 통해서 서점까지 유통되었다. 그러다 보니 출판사는 유통의 걱정 없이 좋은 책 만들기에 전념할 수 있었다. 나는 정부 당국자들을 찾아가 도서유통 현대화의 중요성과 지원 방법을 설득한 끝에 200억원을 지원 받게 됐다. 그리고 당시 가장 건실하고 규모가 큰 출판협동조합과 한국유통을 일본의 동판과 일판처럼 키울 생각으로 150억원을 이 두 회사에 지원했다. 그리고 남은 50억원은 BNK에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러자 출판금고를 비롯한 몇몇 출판사에서 격렬하게 반대해 왔다. 출판계가 어려운 만큼 출판사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1년 가까이 씨름 끝에 출판사별로 신청을 받아 2,000만원씩 250개 사에 나누어 주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등 대형 서점의 불참으로 어려움을 겪던 BNK는 계속 누적되는 적자로 3년여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BNK가 문을 닫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지배주주인 `뿌리와 날개`가 출판사인 (주)대교의 자회사였다는 점도 작용했다. 경쟁사에 자료를 넘겨 줄 수 없다는 일부 출판사와 서점들의 견제가 컸던 것이다. 그러나 출판정보를 하나로 묶어 서비스하는 기구가 없다면 도서유통현대화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다시 발벗고 나서 정부 당국자와 도매상, 출판사를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정부로부터 3년간 30억원을 지원 받기로 했고 출협과 도매상, 출판계 등이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30억원을 마련하여 총 60억원으로 새로운 출판정보통신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현재 모든 도서정보의 DB를 100% 완성하고, 참가 회원사 가입 및 홍보, 출판정보 활용 방법 보급 등 업무 시작 준비를 갖추고 있어 2004년이면 제대로 된 출판정보 서비스는 물론, 출판사와 도매상, 서점과 독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출판과 도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장ㆍ예림 경기식물원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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