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계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IPTV 관련법 제정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통신업계와 정보통신부는 IPTV가 방송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며 따라서 별도의 법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방송기관과 방송업체들은 내용상 방송과 다를 바가 없다며 '방송법 개정'을 통한 규제를 내세우는 중이다. 이렇듯 양측이 서로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동안 국내 IPTV산업은 '프리(pre) IPTV' 또는 'TV 포털'이라는 반쪽짜리 서비스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업계 "케이블과는 다른 기술 새로운 법률 마련해야"
KT, 자회사 분리·망 개방도 반발…"법제화 안되면 해외서라도 사업" IPTV 법제화와 관련, 통신계의 입장은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IPTV 서비스는 기존 방송과는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에 관련 법 역시 이러한 내용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첨예한 대립점을 보이고 있는 법제화 방법에 대해 통신업계는 전혀 다른 서비스를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법률이 나타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록 IPTV와 케이블TV가 비슷한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IPTV는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술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법 제정은 이러한 기술의 발전내용을 담을 수 있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통신계의 목소리다. 자회사 분리 및 망 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KT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IPTV 영업을 담당하는 부서 또는 자회사를 분리한 곳이 없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특히 유선시장에서 KT의 지배력이 방송으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남중수 KT 사장은 "지배력 전이가 무섭다면 시장에 캡(상한)을 씌우면 될 것 아니냐"며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통신업계는 오히려 "불공정 경쟁을 일삼는 것은 케이블TV 업체들"이라고 역공을 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이 공시청 안테나를 무단 훼손하거나 일반채널을 유료채널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등 소비자의 권익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IPTV 사업자가 뛰어들 경우 경쟁 활성화로 인한 가격과 품질 향상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Tㆍ하나로텔레콤ㆍLG데이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IPTV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KT는 실시간 방송을 제외한 스트리밍 방식의 양방향 프리(pre) IPTV인 '메가TV'서비스를 지난 7월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하나로텔레콤 역시 국내 최초의 TV포털인 하나TV를 지난해 선보인 데 이어 연말까지는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통신업계는 더 이상 법제화의 진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외에 나가서라도 IPTV 사업을 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가 해외에 나가 IPTV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통신업계에서 거의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며 "입법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IPTV 상품 출시는 또다시 1년 이상 연기되고 이는 업계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 방송업계 "IPTV도 엄연한 방송 방송관련 규제 따라야"
별도 자회사 분리 안하면 초고속인터넷 시장지배력 전이 우려 'IPTV는 엄연한 방송이다.' IPTV를 바라보는 케이블TV와 지상파방송사, 방송 주무 부처인 방송위원회 등 방송계의 입장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논리는 간단하다. 기존 케이블망(케이블TV)을 이용하건 초고속인터넷망(IPTV)을 이용하건 거실 소파에 앉아 본다는 TV의 본질적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IPTV는 방송 관련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이른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방송계는 주장한다. 오지철 한국케이블TV협회장은 "IPTV와 케이블TV는 유선에 기반을 둔 유료 다채널 방송이라는 동일한 방송서비스"라며 "기술방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송위도 IPTV를 이른바 '멀티미디어방송'으로 정의해 방송법 틀 안으로 수용하고 서비스 특성별로 방송사업 분류체계를 새롭게 정리하겠다는 방송법 개정의견안을 지난 3월 확정했다. 이 안에 따르면 디지털케이블TV와 IPTV는 동일 유형의 사업으로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된다. 거대 통신사(KT 등)가 IPTV 진입시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분리해야 하고 사업권역 역시 100여개로 나눠진 현행 케이블TV와 같이 지역면허 체계로 일원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업계는 IPTV의 자회사 분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초고속인터넷의 시장 지배력이 전이될 우려가 있고 전국 면허 체계가 도입될 경우 수도권과 아파트 대단지 등 수익성 있는 곳에만 사업이 집중되는 이른바 '크림스키밍(cream skimming)'으로 시청자의 시장 평등권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IPTV를 둘러싼 국회 논의 역시 방송계와 통신계의 대립의 판박이다. IPTV 논의를 다루는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는 여야 간의 차이보다 해당 의원의 소속 상임위에 따라 주장이 갈리는 양상이다. 현재 무려 7개의 IPTV 관련 법안이 의원 발의로 제출된 가운데 문광위 소속인 손봉숙ㆍ지병문ㆍ이광철 의원은 모두 기존 방송법의 틀 안에서 IPTV와 디지털케이블TV를 같은 범주에 넣고 규제를 시행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다. 방송업계와 통신업계는 물론 국회 내에서도 IPTV를 둘러싼 '방송이냐 통신이냐'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상훈기자 fl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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