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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해외에선 '의료비 저축'까지 강제… 국내 민간 의존…그나마 가입 저조


"기초생활수급자에 기초연금까지 받아서 부부가 현상유지는 해. 약값이랑 진찰비도 나오고. 국민연금? 젊었을 때도 하루 벌어 살기 바빠서 연금은커녕 저축도 못했어. 자식? 자식이 있어도 워낙 못살아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는데 어떻게 손을 벌려."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 노인회관에서 만난 박기남(89·가명) 할아버지는 8년 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서 부인과 함께 매월 50만원을 받고 있다. 올해 7월부터 기초연금 32만원까지 받아 월 82만원으로 한 달 생활을 꾸린다. 천식이 심한 부인은 일정 한도 내에서 약값이 나오고 진료비는 무료다.

다만 박 할아버지 부부의 생활은 현상유지, 딱 여기까지다. 만약 부인의 병이 심해져 수술을 받게 되면 병원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박 할아버지는 노인회관에서 먹는 점심 말고는 굶을 때가 많은데 만약 건강이 나빠지기라도 하면 대안이 없다.

박 할아버지의 사례처럼 빈곤한 노인이 많을수록 국가 재정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각국은 방법을 찾고 있다. 해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한창 돈을 벌 나이에 노후 의료비를 저축하거나 민간에서 노인 전용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의료저축계좌를 도입해 강제로 의료비를 저축하게 했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적립금을 나눠 내고 이 돈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데 의료비 이외에는 인출이 안 된다. 싱가포르식 해법은 소득이 있을 때 노후 의료비를 대비하고 불필요한 의료소비를 줄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그러나 이를 한국에 접목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30~40대 젊은 세대들은 70세 이후 삶에 대해 계획이 없으면서 재산권 보호개념이 강하다"며 "강제로 의료비를 저축하고 쓰지 못하게 한다면 당장 위헌이 문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싱가포르식 해법을 완화해 민간에 맡겼다. 같은 의료저축계좌지만 가입하고 싶은 근로자만이 대상이다. 민간회사들이 운영하고 의료비 이외에도 인출이 가능하다. 세계은행도 노인 의료비에 대해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라고 권고한다.

우리나라도 노후 실손보험 활성화 등 민간 영역에서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경우 요양병원 의료비 등에 실제 들어간 비용만큼 보험금을 지급한다. 최근에는 75세까지 가입하고 100세까지 보장 받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출시됐다. 보험료는 2만~3만원으로 기존 실손보험의 절반 수준이지만 입원시 자기 부담금이 두 배가량 늘었다. 보험료가 낮은 대신 보험금도 낮춘 셈인데 아직 보험사와 가입자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이 나이가 되면 큰 병 안 걸려도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지. 다른 약은 필요 없고 잠들었다가 편하게 죽는 약이 있었으면 좋겠어." 노인회관에서 만난 이선이(83·가명) 할머니는 아픈 데가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민감한 방안이지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게 해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가난한 환자가 의료비를 아끼기 위해 치료를 중단하는 불행이 아니라 평안한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노인 환자와 가족이 부담을 더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사망자 가운데 사망 한 달 전 무의미한 연명치료 이용자가 60%에 달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면 마지막 한 달 의료비의 24%를 절약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 영국·호주·일본 등은 말기 환자에게 연명치료 대신 이른바 '완화의료'를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1년 암 환자에 한해 완화의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다른 질환의 말기 환자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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