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참 ‘잘난 아이’들이 많다. 당장 옆집 아이만 봐도 그렇다. 누구는 이번에도 ‘올백’을 받았고, 누구는 그 가기 어렵다는 서울대에 척 하니 붙었단다. 서점가에 널린 수많은 자녀교육성공기는 말할 것도 없다. 책대로라면 하버드도 가고, 옥스포드도 간다는데…. 이래저래 아이를 둔 부모는 다급해진다. 우리 애는 도통 잘 하는 게 없는데…. 뭐라도 시켜야 할텐데…. 책 지은이의 두 딸도 가만 보면 ‘잘난 아이’다. 중학교때 이미 토익과 토플 만점을 받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공부 잘하는 딸내미들이다. 뭔가 엄청난 비결이 있을 법도 할 텐데, 책에는 그런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이쯤 되면 “잘 거 다 자고 놀 거 다 놀았는데도 수석했어요” 혹은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류의 뻔한 이야기일 법도 하다.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 저자는 기실 평범하게 아이들을 키웠다. 영어 유치원도, 기백만원짜리 과외도 없는 전주에서 조금은 유별나게 관심을 기울였을 뿐. 첫 아이의 유치원 시절, 집 앞에서 유치원 버스를 태우며 손을 흔들어주자 수녀선생님은 “스스로 설 수 있는 아이를 왜 안아서 올려줬냐”며 불호령을 내린다. 그 때의 무안함은 훗날 자녀교육의 좌우명이 된다. 옆에서 지켜보는 게 능사가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작지만, 실천하긴 결코 녹록치 않은 자녀교육법을 들려준다. 고적답사를 떠나라,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와 영화도 보여줘라, 방학일과표에서 저녁과 주말은 비워둬라. “그런 실천법을 누가 몰라서 애들 못 키우나”라고 빈정거리겠지만 “아이들과 같이 늘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저자의 말은 욕심만 한껏 부푼 부모들이 반드시 새겨둬야 할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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