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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문구 도용 논란' 대상의 반격, "우리가 먼저 사용… 샘표가 표절"

양사 공방에 '표절 병폐' 수면위로… "식품업계 미투 관행이 낳은 폐해

경쟁력 키워 베끼기 뿌리 뽑아야"

대상과 샘표가 '파스타소스'의 광고문구를 둘러싸고 공방전을 펼치면서 식음료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잡은 표절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무분별한 경쟁사 따라하기가 아닌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에 나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샘표는 지난 9일 대상이 최근 '청정원 파스타소스'를 새로 출시하면서 자사의 파스타소스 '폰타나' 광고문구를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대상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샘표가 제기한 광고문구 표절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샘표가 표절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대상은 샘표가 주장하는 광고문구 '맛으로 떠나는 여행'은 지난 2004년 출시한 '청정원 쿡조이의 맛으로 떠나는 세계요리 여행'을 통해 먼저 사용했으며 당시 인기 배우였던 최민식과 김정은을 광고모델로 TV광고까지 방영했기에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대상 관계자는 "전후관계를 생략한 샘표의 일방적인 주장은 파스타소스 1위 브랜드를 흡집내기 위한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샘표가 책임 있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강경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일 샘표의 주장으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대상 제품 불매 운동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광고문구를 둘러싼 두 업체의 공방전은 결국 최근 식품업계에 만연한 경쟁사의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는 '미투 전쟁'의 연장선 위에 있다. 올 4월 농심이 선보인 짜장라면 '짜왕'이 라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진라면과 팔도가 각각 '진짜장'과 '팔도 짜장면'을 내놨고 지난해 해태제과가 출시한 '허니버터칩'은 롯데제과, 오리온, 농심 등이 일제히 가세해 이미 유사 제품이 수십종에 이른다. CJ제일제당이 2013년 선보인 '비비고 왕교자' 만두도 풀무원과 동원이 올 상반기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며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올해 초에는 농협, 빙그레, 팔도 등이 중소기업 경진식품의 '꾸이맨'을 따라 만든 어육포를 출시하면서 경진식품의 매출이 급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식음료업계가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보다 경쟁사 따라하기에 급급하고 있어 표절 논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수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미 시장에 성공한 경쟁사 제품을 따라하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아끼고 매출도 어느 수준까지 거둘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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