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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손익계산서
입력2002-06-20 00:00:00
수정
2002.06.20 00:00:00
"한국 축구 승리의 이면에는 열광적이지만 자율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평화롭게 응원하는 붉은 악마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일간지 라 나시온은 최근 '붉은 현기증'이라는 제하의 특집기사에서 한국인의 응원 문화를 이같이 소개했다. 열광과 질서라는, 다분히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의 절묘한 결합이 놀랍다는 뉘앙스다.
인도네시아의 일간지 리퍼블리카는 한 걸음 더 나간다. 리퍼블리카는 19일 "한국의 응원단 '붉은 악마'는 젊은 군중이기에 응원 중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신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에는 길거리 어디에도 담배 꽁초나 맥주 깡통이 발견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쯤 되면 성공적인 월드컵이란 평가를 내려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물론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판 판정 문제는 그 대표적 케이스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아주리 군단의 8강 진출 좌절이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 때문이었다고 일제히 목청을 높이고 있으며, 특히 일부 언론은 한국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의한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르몽드는 이탈리아 패배의 저변에는 ▦투지 부족 ▦전략 미숙 ▦선수 노령화 등이 깔려 있는 등 한마디로 '실력 부족'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승리를 도둑 맞았다는 이탈리아의 주장은 패배자의 변명에 불과한 셈이란 것을 이탈리아를 제외한 세계의 주요 여론들이 거들어 주고 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개최를 통해 기대 이상의 많은 것을 얻었다. 유럽의 강호들을 연파하며 얻은 자신감은 '한국, 한국인이 자랑스럽다'는 자긍심으로 연결됐으며, 길거리 응원으로 대변되는 열기와 함성은 오랜 갈등과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하나됨'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월드컵 손익계산서에 진정 '흑자'라는 단어를 기재하기 위해서는 공허감 및 이로 인한 근로의욕 훼손 등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레벨 업시키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구영<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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