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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M&A후의 조직통합
입력1999-05-02 00:00:00
수정
1999.05.02 00:00:00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인수합병(M&A)은 미국, 영국 등에서 발생하는 인수합병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미국은 인수합병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대기업의 성장사가 인수합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수합병은 명확한 목표하에 이루어지는 가장 적극적인 기업전략이다. 즉 인수합병은 규모의 경제, 신규시장의 진출, 신기술의 확보 혹은 사업퇴출 등의 목표를 가지고 이뤄진다. 인수합병이 주로 이뤄지는 금융 제약 통신산업의 예를 보듯이 산업의 변화와 사업위험성이 높은 분야일수록 인수합병은 중요한 경영수단이라 할 수 있다.현재 국내에서도 굵직한 인수합병이 몇차례 있었고 또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국내의 인수합병은 대부분 비자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빅딜로 표현되는 산업구조조정의 수단, 금융기관의 퇴출에 따른 인수합병 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사업부 매각 등이 현재의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인수합병의 역사가 백년이 넘는 미국에서도 인수합병이 기대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 경우는 허다하지만, 우리나라의 비자발적인 인수합병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어려우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된다. 작년에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한 방향으로 정부가 대형은행의 합병을 독려했고 가시적인 성과를 몇개 이루었다. 그 당시 합병이 거론되던 은행들의 반대주장이 높았다. 반대논리로 늘 인용되는 것은 과거의 실패 사례다.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이 합병하여 서울신탁은행으로 바뀐 뒤 수십년이 지나도록 실직적인 조직 통합을 이루지 못했고, 최근에야 이름을 서울은행으로 단일화하는데 성공했다. 서울신탁은행시절 임원 뿐만 아니라 주요 직책의 선발에 출신 은행을 고려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고 심지어는 인사부가 두개라는 말까지 나도는 실정이었다.
인수합병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그것이 목표로 하는 것은 결국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인수합병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경우는 우리 뿐만이 아나라, 인수합병이 일상 다반사인 미국에서도 흔한 일이다. 인수합병은 노력은 많이 들지만 과실은 형편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위험한 게임인 것이다.
위험한 게임 포천지 조사에 의하면 71년도에 신규사업진출을 위해 기업인수를 한 미국 10대 복합기업의 경우,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볼 때 인수가 모두 실패로 평가되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기업인수를 한 미국 우량기업들의 경우, 인수를 통해 비관련다각화를 시도한 기업의 40% 이상이 그 사업의 철수로 끝났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의 공통적인 결과는 인수합병으로 인해 실패한 경우가 50%를 넘는다는 것이다.
인수합병의 실패는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거나, 산업평균보다 수익율이 낮은 경우 혹은 극단적으로 수년내 인수기업을 다시 매각 혹은 분리하는 것 등으로 나타난다.
때때로 인수합병을 두 기업의 회장이 하룻밤에 결정했다는 발표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인수합병은 일반적으로 주도하는 기업이 대상기업을 정하고 실사하고 또 협상하는 과정을 거치는, 기업활동중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영역이다.
문제는 위의 예에서 보듯이 인수합병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얻기보다는 그 반대의 결과를 얻기가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병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합병이후 조직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합병후 조직통합이란 두 조직의 문화적 갈등을 극소화하고 단일한 운영시스템으로 공동의 목표를 지향함으로서 시너지를 얻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몇 건의 인수합병은 기업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기보다는 산업구조조정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인수합병이므로, 합병후 조직통합에 경영자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작년에 합병을 이룬 국내 대형은행의 경우 두개의 노조가 최근에야 통합됐고, 합병은행의 행장선임에 엄청난 진통을 겪었던 일 등을 보면 조직통합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조직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기보다 시간으로 해결하려는 생각, 즉 언젠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안이한 자세가 많은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AT&T의 경험
AT&T는 80년대부터 자신의 막강한 통신기술과 컴퓨터사업을 결합시키는 것을 중요한 전략방향으로 삼았다. 그러나 AT&T의 컴퓨터산업 진출은 지속적으로 실패를 겪고, 90년대 초반까지 컴퓨터사업에서 20억달러 결손 누적, 5만여명의 인력 해고라는 최악의 곤경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NCR은 AT&T의 입장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대상이었다. NCR은 당시만 해도 수익력이 있고, AT&T가 개발한 UNIX의 호환기종이며 또 AT&T가 진출하고자 하는 금융 유통분야에 특히 강점이 있었다.
양사는 91년에 합병했지만 4년간의 누적 결손으로 말미암아 95년에 AT&T가 컴퓨터사업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AT&T의 통합작업은 단순 명료한 것이었다. 즉 AT&T가 인수를 했으나, 컴퓨터를 잘아는 NCR에 그 사업은 모두 맡긴다는 식으로 NCR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심지어 AT&T의 컴퓨터관련 인력에 대한 해고 결정권도 NCR에게 주어졌다.
첫 해에 NCR이 독자적으로 운영했는데도 이익이 계속 줄어들자 AT&T는 최고경영자를 선임하고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하지만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NCR은 집권화된 조직이었는데 AT&T식으로 계층수를 줄이고 권한을 하부로 이양했다. 그러나 NCR의 중간 이하 관리자들은 필요한 의사결정을 할 만한 충분한 훈련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사소한 문화적 충돌은 도처에 있었다. 예를 들면 AT&T의 개방정책에 따라 임원 방의 벽을 유리로 교체하자 임원들이 당황했으며, AT&T식 명함을 만들었으나 NCR임직원은 대외적으로 여전히 본래의 명함과 직책을 유지하고 있었다. AT&T와 NCR은 기술, 경쟁상황, 표적시장, 노조결성여부, 조직운영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서로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AT&T의 관리방식을 주입시키려고 노력하다 결국 실패한 경우이다.
실패의 원인
인수합병이 실패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적인 통합노력을 빠른 시기에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수합병의 실패 원인들로는 ①너무 느린 통합 과정 ②공유비전의 부재 ③초기에 구조조정이 없는 것 ④부적절한 목표와 통합계획 ⑤사공이 너무 많은 것 ⑥핵심직원과 고객의 이탈 ⑦내외부 의사소통의 미흡 등이 꼽힌다.
인수합병후 실패를 겪은 기업들이 내세우는 가장 주된 두 가지 이유는 피인수 기업의 경영관리가 너무 다른 것, 또 문화적 부조화가 큰 것 등이다. 인수합병이후 통합조직이 시급히 풀어여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따라서 경영진의 결단과 체계적인 이행이 그 어떤 때 보다 중요한 것이다.
조직통합의 시급한 과제들로는 ①통합조직의 공유비전 수립 ②단기적인 원가절감과 장기적인 성장의 균형 유지 ③핵심고객의 유지와 고객만족의 지속적 향상 ④핵심인력의 유지 및 동기부여 ⑤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인 의사소통 ⑥통합조직의 운영체계 수립 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핵심인력의 유지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기업들은 합병이후 비용절감에 관심이 있고 또 고실업률로 인해 인재확보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생각 탓인지 핵심인력에 대한 동기부여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미국의 경우 피합병기업 최고경영자 90%가 2년내 이직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인재유지를 위한 계획이 없는 경우 피합병기업의 상위관리자중 70%이상이 합병 3년내 이탈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런데 경영진을 포함한 핵심인력의 이탈이 합병후 실패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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