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2013년부터 추진하던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가 사실상 미뤄졌다.
롯데정보통신 상장을 주관하고 있는 KDB대우증권은 예비심사를 바로 청구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이지만 롯데그룹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정보통신은 복잡한 지분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기업공개에 나서려면 총수일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롯데정보통신 지분은 롯데리아(34.5%) 등 6개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5%),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4%),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3.5%) 등 오너 일가도 나눠갖고 있다.
따라서 그룹 경영권 후계자리를 놓고 ‘신동빈’ 대 ‘반(反) 신동빈’ 구도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기업공개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등 상장이 검토되고 있는 계열사의 기업공개도 무기 연기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은 롯데그룹의 M&A(인수·합병)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부터 공격당한 원인이 중국사업 부진인 만큼 그동안 왕성했던 롯데그룹의 공격적인 해외기업 M&A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롯데가 추진한 주요 사업은 유통 분야의 옴니채널(온·오프라인과 모바일을 융합한 유통 서비스)사업과 중국·인도·베트남·러시아 등의 유통기업 M&A, 동남아 등지의 면세점 사업 확장 등이다.
특히 12월 특허가 만료될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월드타워점도 이번 롯데판 ‘왕자의 난’으로 관세청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면세점 재승인은 큰 하자가 없을 경우에는 대부분 그대로 이뤄져왔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서울시내 추가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의 오너리스크 탓에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비롯해 인수·합병, 면세점 재심사 등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그룹 전체의 경영이 사실상 ‘올 스톱’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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