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증권사들은 수십 종의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하지만 상품의 수가 워낙 많고 구조도 이해하기 어려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ELS가 자신에게 꼭 맞는 상품인지 고르기가 쉽지 않다. 각 상품의 수익 달성 조건들이 여러 단계라 이해하기 힘든데다, 각종 그래프를 보여주며 설명하는 증권사 직원들의 얘기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ELS의 기본적인 구조와 자신이 원하는 수익률만 확실히 알고 있다면 나에게 적합한 상품을 고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LS는 수익구조에 따라 녹아웃형, 불스프레드형, 디지털 옵션형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들이 넘쳐나지만 이 유형을 모두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상품을 종류별로 다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투자성향이나 이해수준에 맞는 ELS를 골라 투자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ELS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원금보장 여부다. 비록 수익률이 낮아도 투자원금을 보장받는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면 원금보장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 반면 ELB의 예상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라면 원금비보장형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원금보장 여부를 정했다면 그 다음에는 자신의 나이와 경제적 상황에 맞춰 상품을 골라야 한다. 연령대별 추천 ELS를 소개한다.
◇30~40대는 지수형 스텝다운 ELS=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는 은퇴를 준비 중인 30~40대 투자자들에게 지수형 스텝다운 ELS를 추천한다. 30~40대 투자자의 경우 다가올 은퇴를 위해 적극적으로 은퇴자산을 형성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위험자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편입해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지수형 스텝다운 ELS는 만기까지 일정 주기마다 자동 조기상환의 기회를 제공한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환 조건이 순차적으로 완화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조기상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조기상환이 안되더라도 만기까지 원금 손실 가능 조건에만 도달하지 않으면 수익도 보장받는다.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ELS는 해당 종목의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낼 수도 있고, 원금마저 손해를 볼 수 있다. 코스피지수 등 주식시장 관련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ELS는 급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원금까지 잃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3년처럼 주식시장이 박스권 안에 머물러 있을 때는 오히려 지수형 스텝다운 ELS의 손실 위험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은퇴하는 50~60대는 원금보장형 ELB=은퇴기에 접어든 50~60대 투자자라면 상황에 따라 원금보장형 ELB 또는 월지급식 ELS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은퇴를 맞이한 50~60대 투자자는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필요할 때 생활자금이나 여유자금을 빼서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NH농협증권에서 나온 ELB 415호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기초자산은 코스피200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고 만기는 3년이다. 매 6개월 마다 두 기초자산의 종가가 모두 가입했을 때의 기준지수 보다 높기만 하면 연 4.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종만기일에 두 기초자산의 종가가 모두 가입 당시 기준지수 보다 낮을 경우에도 원금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가입할 당시 코스피지수는 2,000포인트, HSCEI는 2만 포인트라고 가정했을 때 6개월이 지나 코스피지수가 2,001포인트, HSCEI는 2만1포인트만 돼도 2%(연 4%)의 수익을 지급받게 된다. 첫 6개월이 지났을 때 두 지수 모두 처음 지수수준보다 밑으로 내려와 있다면 다음 6개월 뒤에 또 조기상환 기회가 있다. 만기인 3년이 지날 때까지 조기 상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원금만 가져가는 구조다.
◇은퇴자산 넉넉하다면 월지급식 스텝다운 ELS=은퇴자산이 넉넉한 투자자라면 원금손실의 가능성은 있지만 매월 수익조건을 충족했을 때 여유 생활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월지급 스텝다운 ELS에 일부 자산을 투자해도 좋다. 월지급식 스텝다운 ELS는 매달 평가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60% 이상인 경우 월 0.625%(발행 증권사 마다 차이가 있음) 정도의 수익을 지급한다. 수익 실현 시점이 분산돼 있어 연 2,000만원 초과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만 월지급식 스텝다운형 ELS는 투자자에게 매달 수익을 지급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텝다운형 ELS보다 수익률이 2%포인트 가량 낮다.
◇손실구간·증권사 신용도 꼭 체크해야=ELS 투자를 할 때 수익과 손실 여부를 결정짓는 낙인배리어(Knock-in Barrier) 구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낙인배리어가 60%라면 해당 ELS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가입할 때 가치 보다 6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다면 손실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낙인배리어가 60%인 코스피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가입했을 경우 가입 당시 코스피지수가 1,000이었다면 만기까지 코스피지수가 600 아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얻고, 그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확인해야 할 것은 발행 증권사의 신용도와 실적이다. ELS는 증권사가 발행한 무담보, 무보증 채권의 성격을 띠고 있어 투자자가 금융회사에 조건부 변동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발행사가 파산하게 되면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ELS에 가입하고 나서 급전이 필요해 중도환매를 한다면 수수료가 상당히 높아 반드시 여유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고창범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 팀장은 "기대 수익률을 조금 낮추더라도 종목형보다는 지수형을, 조기상환 조건과 낙인배리어가 낮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라며 "ELS의 경우 장기간 보유하고 있으면 낙인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기 때문에 조기상환과 만기상환 주기가 되도록 짧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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