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8개월 연속 1%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의 골이 디플레이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내수침체와 물가하락이 동반해 일어나는 현 상황을 보면 우려감을 완전히 씻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상승했다. 이는 지난 5월 상승률 1.0%와 같은 수치이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의 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째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기 대비로는 0.1% 하락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 대비로는 이미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품목별로는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가 전년보다 0.3% 오르는 데 그쳤고 전기 대비로는 0.2% 하락했다. 신선식품물가도 채소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2.2%, 전기보다 5.3% 내렸다. 농산물과 석유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보다 1.4%, 전기보다 0.1% 올랐다.
정부는 지난달 기상호조와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의 물가여건이 양호한데다 무상보육 등 복지확대로 인한 제도적 요인이 물가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대 물가상승률은 자칫 디플레이션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무상보육 효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9%포인트 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 하단인 2.5%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국책 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유가하락 등 대외적 요인이 물가를 끌어내린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내수부진도 물가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수의 선진국들이 물가목표를 2%대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1%대에 머물 경우 자칫 경기가 나빠지면 단숨에 마이너스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디플레이션의 폐해는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큰 만큼 내수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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