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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협회 창립 50돌/기고] 기관투자가를 키워야 한다

참여정부는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금융 허브로 건설하여 동북아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하려는 것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증권시장의 안정적 성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난 10월말로 거래소의 외국인투자자 주식보유비중이 40%를 넘으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 동안 외국인의 매수확대는 곧 주가의 상승으로 인식되어 왔다.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실제 금년 하반기 들어 주가가 회복세를 보인 이면에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절대적인 역할이 있었다. 외국인들은 또한 가치투자라는 새로운 투자원칙을 도입하는데 기여하였고, 최근에는 기업지배구조개선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등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도 한 몫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이 높아지고 거래활동이 늘어나면서 부정적인 면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외변수에 지나치게 노출됨으로써 시장의 안정성이 약화되고, 외국인이 기업경영에 무리하게 간섭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외국인의 비중확대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시장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경험했듯이, 이들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금융시장 전체에 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보다 경제발전 단계가 높은 일본과 대만에서도 외국인 보유비중이 우리나라의 절반인 20% 내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우리시장이 대외변수에 크게 노출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의 비중확대와 더불어 개인투자자의 높은 시장참여율도 시장의 안정성에 장애를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매매비중의 60%나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지나친 단기투자에 따른 시장의 변동성 증가라는 시장 안정성 저해 측면도 문제지만, 개인투자자 자신들도 정보와 분석력의 열세로 인하여 장기간 투자손실을 기록함으로써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오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제는 개인투자자들도 금융회사를 이용한 간접투자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직접투자로 주가움직임에 일희일비하는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투자성향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제시하는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요령을 익히는 일이 필요하다. 한편,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에 대한 자성과 요구가 이렇게 높아 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주식투자 비중을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 지난달 거래소의 투자자별 매매비중을 보면 국내기관이 18%를 기록한 반면 외국인이 이 보다 높은 20%를 기록하였다. IMF 이전 기관이 25% 이상을 차지하였고, 외국인이 7%에 미치지 못하였던 것을 감안하면, 주식투자에 대한 양측의 관점이 극명히 드러난다. 기관투자가들이 증권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간접 투자수요를 충족해 주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 스스로의 노력에 더하여 기관들의 주식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의 조성도 매우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기관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운용시스템과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들이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의 개발을 적극 장려해 주어야 하고, 주식투자와 관련된 각종 제한도 완화해야 한다. 또한 자금의 운용과 평가가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주식투자에 대하여 아직도 지극히 보수적인 연기금에 대해서도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법적 ㆍ제도적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특히 기금관리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연기금의 원칙적 주식투자금지 조항을 개정하여 최소한의 투자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연기금들은 자금의 단기적인 운용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하며, 또 그 결과를 평가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기관투자가에 대한 투자환경 조성이 이루어지고, 이에 맞추어 기관투자가들이 기존의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소극적 ㆍ단기적 자산운용 관행을 지양하고 보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투자에 임할 때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이 보장될 것이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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