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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대전/격동의 자본시장] 증권, 특화.제휴의 물결
입력1999-06-27 00:00:00
수정
1999.06.27 00:00:00
문병언 기자
『국내 증권사들은 종합화 또는 전문화의 갈림길에 있다. 대형사는 종합화, 즉 투자은행으로 변신하고 중소형사는 경쟁우위 분야에 특화해야 한다.』(증권연구원 김형태 박사)증권업계의 빅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거센 사이버의 물결이 수수료 인하경쟁을 촉발, 증권사의 존립기반을 뿌리째 뒤흔들 태세다. 수수료 수입 비중이 60%를 넘는 현 수익구조하에서는 치명타다. 특히 디스카운트 브로커의 허용은 증권업계의 무한경쟁을 촉발하는 신호탄이다.
외국계의 대거 진출도 새로운 생존전략을 강요하고 있다. 앞선 자산운용 노하우로 무장한 외국 거대 증권사들의 상륙은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종합금융화의 진전에 따라 국내 증권업계는 앞으로 대형금융기관 계열 4~5개, 전문·특화 7~9개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처럼 증권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대의 한복판에 놓인 국내 증권사들은 나름대로 다각적인 생존전략을 모색중이다. 우물쭈물 했다가는 곧바로 도태된다는 절박감에서다.
삼성·현대·LG·대우증권 등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은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투자은행이란 증권 투신 종금업을 합친 개념으로 M&A(기업인수합병)중개, 기업자금주선, 유가증권투자, 파생상품거래 등을 모두 영위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그룹 계열 증권사들은 투신·종금사를 거느리면서 업종전환, 업무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LG증권은 LG종금의 합병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투자은행으로 가기 위한 전단계이다.
이에 반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채권 도매금융 파생상품 등에 전문화하거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등 영업전략을 특화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세종증권은 사이버 영업소를 설치하는 등 사이버거래에 승부를 걸고 있으며
굿모닝증권은 최근 텔레마케터와 세일즈 영업사원을 채용, 고객을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 나섰다. 대신증권은 선물, 동양증권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소액 채권중개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세종증권 김동진(金東鎭) 상무는『중소형사는 대형사와 버거운 싸움을 벌이기 보다는 경쟁우위에 있는 분야에 가용자원을 집중함으로써 확실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게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남들이 아오지 못하는 분야에 치중, 수익성 및 경영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와함께 외국자본의 국내증권업계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증권은 세계적인 자산운용가 조지 소로스와 손을 잡았으며 한진투자증권도 영국 푸르덴셜그룹을 경영에 끌어들였다. 굿모닝증권과 대유리젠트증권의 경영권도 외국으로 넘어갔다.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받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외국증권사의 국내시장 진입은 아직까지 국내증권계에 큰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으나 앞으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많다. 굿모닝증권이 도입한 방문판매라는 새로운 영업방식의 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 때 국내 증권업계는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보다 앞서 재편과정을 거친 미국과 일본의 경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이업종간, 국경을 넘어선 인수합병 및 전략적 업무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는 주로 특정고객층의 확보 또는 새로운 특정분야 영업력강화를 위해 이루어졌다.
메릴린치사는 자산운용전문회사인 머큐리를 인수, 증권브로커 보다는 자산관리업무를 중시하고 있으며 온라인 주식거래시장 참여를 위해 인터넷기술 제공 업체인 DESOFT사도 사들였다.
도매영업이 강한 모건스탠리는 소매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딘 위터사와 자산운용회사인 밴 캄펜사를 인수했다. 디스카운트 브로커인 찰스 스왑은 높은 수준의 조언을 요구하는 고객층을 겨냥, 컨설팅을 강화하고 있다.
또 노무라증권은 니혼코교은행과 개인자산 운용 및 금융기술 분야에서 업무제휴를 맺었으며 닛코증권은 최근 미국 트래블러스 금융그룹과 자본제휴를 통해 법인영업 전문 합작증권사를 설립했다.
이같은 제휴와 특화의 움직임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유용주(劉容周) 연구원은 『증권업종에는 「큰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외형과 업무영역을 키우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다. 다만 살아 남으려는 소형사는 잘하는 곳에 전문화해야 한다. 전문화도 대형화도 하지 못한 중간치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증권업협회 백상흠(白相欽) 상무는 증권업계의 생존전략과 관련 『시장 장세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체질을 탈피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브로커 영업에서 자산운용 영업으로 전환하는 등 수입원의 다각화가 필수적인 경영개선의 요소라고 지적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이같은 맥락에서 머지않아 국내외 증권-증권, 증권-투신, 증권-종금업체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은행과 증권사의 제휴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형사도 이 태풍의 영향권에서 비켜날 수 없다. 덩치가 크다고 경쟁력까지 따라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와 은행권 업무제휴의 마지막 단계는 증권전산의 전산망과 은행권의 전산망 통합이나 일단은 양측의 이해가 엇갈려 성사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은 선도적인 증권사와 은행에게 새로운 틈새시장 선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문병언 기자 MOONB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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