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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서봉수가 일어선 이유

제4보(51~71)


과연 백의 강수는 성립될 것인가. 성립된다면 백승이고 그렇지 않으면 백의 고전이라고 서봉수가 단언한 바 있다. 백54. 진작부터 노리던 젖힘이다. 검토실의 고수들은 숨을 죽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에 박영훈이 56으로 점잖게 잇고 구리가 57로 쭉 뻗자 검토실의 서봉수가 혀를 끌끌 찼다. 해설 담당 강만우8단이 말했다. "흑에게 그곳을 허용하다니. 소위 말하는 사두(蛇頭)인데요. 뱀대가리." 옆에 들어와 있던 아마5단의 시인 박해진이 서정주의 시 '화사(花蛇)'의 한 구절을 나직히 읊었다. "푸른 하늘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서봉수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바둑은 영훈이가 졌군." 검토실을 나가려는 그를 붙잡고 좀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역시 백의 강수는 성립되지 않는 것이었다는 얘기야?" 이렇게 물었더니 그가 대답했다. "성립될 수도 있었어. 그런데 영훈이가 칼을 빼다가 만 거야." 얘기는 이렇게 된다. 백은 참고도1의 3으로 이단젖힘을 할 수가 있어야 애초의 강수가 성립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그냥은 흑4 이하 14까지로 백이 안된다. 그러므로 백은 참고도2의 백1로 사전공작을 해야 한다. 만약 2로 받아주면 그때는 그 이단 젖힘이 성립된다. 실전은 백의 실패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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