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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경제정책(사설)
입력1996-12-11 00:00:00
수정
1996.12.11 00:00:00
경기 침체에 중소기업 도산 증가, 국제수지 적자 폭증 등 안팎 곱사등이가 되어가는 경제가 내년에도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방향감각을 잃은 정책목표에다 안이한 대응 때문이다.재정경제원이 제시한 내년도 경제운영 목표는 성장 6.5% 물가 4.5%, 경상수지적자 1백50억달러로 되어왔다. 긴축도 경기부양도 아니고 두루뭉수리로 초점이 없다. 내년 대선을 의식했음이 분명한 어정쩡한 정책이다.
특히 정책방향이 빗나가고 있는 것은 경상적자 개선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중병을 앓게 된 원인은 경상수지 적자가 멈출 줄 모르고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정책의 최우선과제는 경상적자 해소가 아닐 수 없다.
정부도 말은 그렇게 한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개선에 역점을 두겠다는 말과는 달리 목표를 설정했다.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상적자를 1백32억달러로 전망했고 민간연구소도 1백50억∼1백70억달러로 내다봤던 것에 비하면 경상수지 적자 감축 의지가 정책에 전혀 담겨있지 않다. 되는 대로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는 대통령이 경상수지 적자를 올해의 절반으로 줄이라고 한 특별지시까지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현 정부들어 3년째 내리 국제수지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94년 경상수지적자 45억달러를 시작으로 올해는 2백20억∼2백3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내년 1백50억달러까지 합치면 적자 누계가 5백억달러에 이르게 된다. 종합수지도 4개월째 적자행진을 해서 연말에는 70억달러가 넘어설 전망이다. 외채도 1천억달러에 이르렀다. 멕시코사태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위기론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대책이 무책이고 개선의지도 보이지 않아 위기감을 깊게 한다.
오래전부터 엔저 등 환경악화가 예견되었고 적자폭이 확대되리라는 경고가 있었음에도 경쟁력 강화나 구조조정은 안하고 부양책만 써왔다. 엔고의 단물만 삼키면서 악수만 두어왔던 것이다.
이제는 성급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함으로써 정책수단이 없어져 무장해제를 당한 꼴이 됐다. 유일한 정책수단인 환율을 인상, 가격경쟁력이라도 챙겨야 할텐데 물가불안을 핑계로 원화의 고평가를 방치하고 있다. 뒤늦게 환율이 오르고는 있지만 그나마 엔저 뒤쫓기에 불과해서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88년 전후의 흑자에서 만성적 적자로 돌아서 사실상 최대 적자국이 됐다. 그럼에도 아직 정부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정책방향도 헛 짚고 강한 개선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이 최대 적자국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GNP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우리가 5%선으로 위험수준에 이르렀는데도 경제대국 미국과 비교하며 낙관하고 있는 그 발상이 위험하다.
이러다가는 지금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후손에 빚만 물려주게 된다. 그것은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상수지 적자를 보면서 한국경제에 대해 「임종 직전 단계」 「기적은 끝났는가」라고 하는 외국언론의 지적을 결코 헛소리로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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