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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 한국 야구 사상 최대 홈런포
입력2006-03-14 15:50:24
수정
2006.03.14 15:50:24
"미국 투수들은 상대해 본 적이 많아 자신있다. 하지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오버'하는 것 같아 괴롭다" 지난 주까지 만 해도 최희섭(LA 다저스)의 속마음은 심란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리그를 앞두고 메이저리그 2팀과 벌인 평가전 결과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최희섭에 대한 기대를 반으로 줄였다.
김인식 감독은 "스윙할 때 리듬을 타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해결 능력이 부족한 최희섭을 우회적으로 질타했다.
이어 "홍성흔(두산)을 4번 타자로 기용하겠다"며 최희섭을 자극했고 결국 상대투수에 따라 최희섭과 홍성흔을 번갈아 4번 타자로 기용하겠다는 플래툰시스템으로결론 내렸다.
붙박이 4번 자리를 빼앗겼지만 최희섭은 방망이를 닦고 또 닦았다. 언젠가는 터질 한 방을 준비하며 그는 연습 타격에서 태만을 멀리했다.
13일 멕시코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로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14일 미국전에서는좌완투수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가 나오는 바람에 선발 출장을 김태균(한화)에게내줬다.
그러나 기회가 왔다. 3-1로 앞선 4회 2사 1,2루에서 찬스가 나자 김인식 대표팀감독은 주저없이 최희섭 카드를 빼들었다. 상대 마운드에는 우완 댄 휠러(휴스턴)가지키고 있던 터였다.
휠러는 브래드 리지와 함께 휴스턴 막강 불펜을 구축했던 강속구 투수. 빠른 볼을 앞세워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셋업맨으로 직구가 최대 무기라면 최희섭은 자신 있었다. 직구라면 아무리 빠른볼이라도 자신 있다는 게 최희섭의 지론이었다. 그는 볼카운트 1-1에서 휠러의 복판140㎞ 짜리 직구가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걷어올렸다.
에인절 스타디움 오른쪽 외야를 향해 높이 솟구친 공은 엄청난 포물선을 그리더니 우측 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우익수 버논 웰스가 낙구 지점을 쫓아 펜스 앞에서 펄쩍 뛰어 올랐지만 이미 공이 먼저 스탠드에 떨어진 뒤였다.
비거리는 101m. 워낙 높이 뜬 탓에 날아간 거리는 생각보다 짧았지만 한국이 야구 도입 101년 만에 종주국 미국을 꺾는 기념비적인 쐐기포였다는 점에서 의미는 어느 때보다 각별했다.
WBC 한국대표팀 타자 가운데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최희섭이 야구의 눈을 새롭게뜬 제2의 고향 미국에서, 전원 메이저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을 상대로 결정적인 순간 터뜨린 홈런 한 방은 한국 야구사의 한 페이지에 소중히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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