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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다이옥신 '사후 청심환'
입력1999-06-10 00:00:00
수정
1999.06.10 00:00:00
安炳璨(경원대 교수)다이옥신 파동은 문명지역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운다. 물과 공기, 땅과 하늘, 먹는 것과 버리는 것에 독성과 질병원이 온통 퍼져있고 문명된 인간은 그것을 비켜갈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고전쟁이 그랬던 것처럼 다이옥신 파동도 「문명의 중심부」를 자임하는 구미 부국들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다이옥신은 인간이 발견한 독성물 가운데 가장 악질적이라고 말한다. 그 독성은 청산가리의 수백만 배에 달한다. 환경의 오염도를 가리킬 때 문명된 인간은 미소함유량의 단위로 흔히 100만 분의 1(PPM)을 쓴다. 다이옥신은 미소함유량의 단위부터 달라서 10억 분의 1(PPB)나 1조 분의 1(피코)을 지표로 삼는다. 그만치 독성이 강하다는 말이다. 요구르트 한 병 분량인 85G이 10만 명의 치사량이 된다고 한다.
벨기에산 돼지고기가 다이옥신에 오염되었다고 해서 야단법석이다. 국내로 수입된 벨기에산 외에 프랑스산, 네델란드산도 기피대상이 되었다. 한 시민단체는 미국의 일부 슈퍼마켓에서 파는 육류제품에서 벨기에산 잔류농도보다 11배나 높은 다이옥신류가 검출되었다고 공개하고 있다.
책임 부서인 농림부와 환경부 등은 예측하기 불가능한 일이 터졌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니 이제부터 독자적으로 다이옥신 분석작업을 해보겠고, 다이옥신 검사기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해명 한다. 「사후 청심환」격으로 일이 벌어진 뒷북을 치는 꼴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도록 수수방관하여 다이옥신 검사시설하나 제대로 구비해놓지 않았다. 이미 다이옥신은 이 땅에 경보를 울렸는데도 그렇다.
월남전에 참가했던 군인들 중에 상당수가 고엽제의 무서운 후유증을 앓고있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명국이라는 미국은 월남전쟁에서 베트콩의 근거지가 되는 정글을 없애버리겠다고 이른바 「오렌지제」라는 고엽제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다. 그 결과 「오렌지제」에 불순물로 들어있는 다이옥신 성분
(TCDD)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일어나고 있다. 다이옥신 고엽제의 피해자들은 몸이 썩어들어가는 병, 사지마비증, 전신통증, 정신질환 등의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다.
더 큰 비극은 본인에게 그치지 않고 2세대까지 선천성 기형, 피부병 등이 대물림으로 내려가는데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증세가 당장에 나타나지 않고 한참 경과한 후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국인삼연구원은 다이옥신류 물질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고엽제(TCDD)를 실험용 쥐에 투여하고 인삼을 먹였더니 생식기능과 생존율이 현저하게 높아지더라는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다이옥신 후유증을 다스릴 수 있는 효능이 있다니 인삼이 대견스럽고 어느 정도 위안이 된다. 문제는 농림부와 환경부 등 책임 부서에 있다. 다이옥신 성분이 인체에 축적되지 않도록 유통경로를 감시하고 차단할 기초적 안전망에 전혀 눈을 돌리지 않은 책임이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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