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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민족·세계·우주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한게 어느덧 9월이다. 9월 가을에는 추석이 있고 추석은 여러가지 심상을 불러 일으킨다. 그 중에서도 고향에 대한 생각이 가장 큰 것 같다.내 고향은 강원도 오대산 기슭의 두메 산골이다. 고향이 그러하듯 거기에는 고운 산과 작은 강과 착한 사람들이 있다. 고향은 피가 붉은 것처럼 한 인간에게 당연지사 붙은 꼬리표요, 선조의 뼈가 묻힌 곳이니 내 육체의 증명이요, 영원히 오염되지 않는 인간 감정의 원천이다. 민족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동일한 역사적 전통과 비교적 동일한 혈통을 가진 민족에 대한 사랑은 그래서 자신에 대한 긍지로 이어지고 가장 순수한 이념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타국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면 유달리 기쁘듯, 춘추전국시대에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라」고 했던 묵자의 가르침보다는 「아버지와 모르는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그건 아버지다」라며 인간의 도리를 설파했던 맹자의 말이 더 와닿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고향애 혹은 민족애가 원래의 진실한 가치를 상실하고 비합리적으로 왜곡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2차 대전의 전범(戰犯), 독일의 나치가 발호할 수 있었던 것은 혈통주의의 비이성적 광기때문이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한반도를 침탈한 것은 국수주의를 근간으로 한 이기적이고 집단적인 욕망에서 비롯한 것이다. 우리가 일본의 재무장과 군사대국화를 염려하는 것은 불온한 일본 국수주의의 피해자라는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척도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고향애 혹은 민족애는 그 맹목성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이미 많은 과오를 저질렀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고향애와 민족애는 자신의 애정만큼 타자의 애정을 인정한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 나라의 고질병인 지역감정의 문제도 모든 국민이 시비(是非)와 선악(善惡)을 구별하는 합리성의 측면에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최소한 정보 교류 측면에서의 국경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모든 의견이 자유롭게 토론되고 모든 정보를 아무런 제한없이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지구 끝에서 발생한 사건이 정반대 쪽의 정책 결정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경향은 앞으로 점점 더 심화될 것이며 외국의 친구들이 충고하는 바대로 폐쇄적 민족주의 대신 개방적 민족주의가 더 많은 효용가치를 가질 것이다. 21세기에는 어느 나라 출신인가를 묻지 않고 어느 별 출신인가를 묻는 우주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미래인이 생각하기에 지역감정은 매우 미개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추석은 민족의 고유한 것들에 대한 자긍심으로 이어진다. 20세기 마지막 추석을 앞두고 고향과 민족에 대한 애정이 맹목적인 지역감정과 같이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측면이 아닌 긍정적 측면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추석은 한민족이 존재하는 한 변함없는 고유의 명절일 것이고 수백년 뒤의 후손도 추석날 어느 이름모를 별에서 지구 쪽을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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