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서도 해외 채권형펀드는 ‘나홀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주식형펀드 못지않은 수익률을 앞세워 국내외주식형펀드에서 이탈한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투자대안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해외채권형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 개발과 판매를 위한 운용사들의 발걸음도 바빠지는 모습이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채권형펀드에는 올들어 지난 27일까지 펀드자금이 1조원 넘게 순유입됐다. 이는 국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중국본토펀드(4,204억원) 올해 순유입액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해외채권형펀드의 경우 최근 자금유입에 속도가 붙으면서 최근 한달간 4,979억원이나 늘어나 갈수록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해외채권형펀드가 이처럼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다양한 해외채권형펀드가 나오면서 선택의 폭이 넓다. 해외채권형펀드의 투자처는 미국 국채부터 모기지채권, 회사채, 하이일드채권, 물가연동채권, 이머징마켓채권 등 국내채권형펀드보다 훨씬 다양하다. 다양한 채권을 편입하다 보니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해외채권형펀드 유형은 크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채권 ▦이머징마켓채권 ▦하이일드채권 등 크게 3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회사별로 보면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등은 글로벌채권펀드, 피델리티자산운용과 ING자산운용 등은 이머징마켓펀드,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은 하이일드펀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국내에 소개된 알리안츠운용의 ‘PIMCO 토털리턴펀드’의 경우 ‘모든 채권에 분산투자 한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채권에 투자 중인, 총자산규모가 47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규모의 채권펀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7년 다양한 해외주식형펀드가 국내에 소개됐던 것처럼 최근 다양한 종류의 해외채권형펀드가 나오면서,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거액 자산가고객들이 은행 PB창구를 통해 많이 가입한다”고 말했다. 해외채권형펀드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주식 못지 않은 높은 수익률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채권형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10.26%에 달한다. 얼라이언스번스틴운용의 ‘AB글로벌고수익(채권-재간접)종류형A’는 연초 이후 12.18%을 기록, 해외채권형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도 있다. 환율이 첫 번째 위험요인이다.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국내채권형펀드와 달리 환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투자국 환율과 우리 원화 움직임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며 “채권수익이 10%라도 환율이 10% 떨어지면 수익률이 제로가 돼버리기 때문에 환율전망에 따라 헤지 여부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리스크도 있다. 김한준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이사는 “완만한 정책금리 인상은 섹터투자를 통해 완충이 가능하지만, 급격한 금리변동이 나타날 경우 채권수익률이 불가피하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채권시장의 경우 국채에 이어 회사채시장까지 과열되면서 이미 투자하기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선진국보다 아시아 등 이머징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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