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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왕?' 변론권 침해사례 공개
입력2004-09-14 07:19:11
수정
2004.09.14 07:19:11
변협 "화해·조정 강요…심리 안끝나도 독단 선고"
"신체감정이 진행중인데도 판사가 판결을 선고해 버렸습니다"
"협박조로 조정을 강요하는가 하면 변론연기 신청을 냈더니 판사가 마음대로 소송을 종료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법정에서 발생한 변론권 침해사례를 수집, 이를 대법원에 전달했다고 14일 밝혔다.
수집된 사례에는 감정을 쉽게 노출하는 법관에 대한 아쉬움에서부터 자신이 알고 있는 변호사에게 유리한 재판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까지 변호사들이 재판과정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담이 담겨 있다.
특히 이들은 반협박조로 판결보다는 화해나 조정을 유도하려는 법원의 조정과정에서의 느낀 변론권 침해를 가장 많이 언급했으며 심지어 심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판사가 독단적으로 판결을 선고했다는 납득하기 힘든 사례까지 소개했다.
▲ 지인.검찰이면 더 잘해준다
민사소송을 맡아 1심에서 승소했던 변호사 A씨는 항소심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재판장이 상대방 변호사의 이름을 친숙하게 부르더니 첫 기일부터 조정을 권하기 시작했다.
또 1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예단을 강하게 암시하면서 그 변호사에게 추후 소송방법까지 상세히 안내했다. 석명권의 한계를 벗어난 재판이라 생각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B씨는 법원이 검찰에 유리한 재판을 진행, 변론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증인을 신청하면 두말없이 받아들이면서도피고인이 신청하면 크게 화를 내고 심지어 나무라기까지 했다는 것.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의 경중을 따져봐라"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감수하라"는 말까지 듣기도 했다.
대구의 변호사 C씨는 법원이 필요이상 검찰의 입증을 촉구, 공판기일이 수차례 공전되는 경험을 했다. 더욱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해야 함에도 검찰의 증거조작을 유도하는 경향마저 보여 피고인이 필요이상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 C씨 주장.
교통체증으로 법정에 5분 정도 늦게 도착한 변호사 D씨는 80분이나 기다렸지만 허탕친 경험이 있다. 행여나 내 차례가 올까 기다렸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D씨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재판이 종료됐던 것.
상대 변호사가 판사와 잘 아는 사이여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도 들고 판사가 미리 재판이 끝났다고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말은 떨어지지 않았다.
▲ 조정지상주의 `멍드는' 재판
부산의 변호사 E씨는 조정기일에 법원 조정실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퇴장해 달라는 판사의 명령을 받았다. 상대방을 설득할 필요가 있으니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는 것. 잠시후 상대방 변호사가 조정실을 나온 후입실했더니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불리한 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E씨는 조정기일에 한쪽 변호사를 퇴정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판사가 당사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조정기일에 변호사없이 출석해 달라고 종용하는 예도많다고 전했다. 또한 조정시 법관이 법리에 어긋나는 발언은 물론 공갈, 협박, 사기성 발언까지 일삼는다는 것이 E씨의 주장이다.
법원에서 이처럼 무리한 조정 풍경이 벌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대법원이 판결보다는 조정이나 화해를 장려하면서 이것이 법관 평정에 반영될 수도 있다고 느끼는판사들의 부담감 때문 아니겠느냐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변호사 F씨는 조정실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한 재판부가 30분 간격으로 4∼5건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많은 변호사와 당사자들은 순번을 위해 좁은 공간에서 한 시간씩 대기해야 한다는 것. 실제 심리 소요시간에 맞게 조정시간을 정해주는 배려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 재판진행중 선고..판사은 왕?
민사소송의 원고측 변호사를 맡았던 G씨는심리 과정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을 경험했다. 피고 변호사와 동의, 사전에 서면으로 변론연기 신청을 냈지만 판사가 아무런 통지없이 3차례 불출석한 것으로 처리하고 법정을 폐정해 버린 것.
G씨는 재차 기일지정을 신청했지만 판사는 있지도 않은 불출석을 이유로 소송종료를 선언한 뒤 판결을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산재사고를 당한 원고의 대리인을 맡았던 변호사 H씨도 원고의 산재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신체감정이 진행중인 상황이었는데 판사는 느닷없이 변론을 종결하더니판결을 선고했다는 비슷한 사례를 소개했다.
법정에서 판사가 개인의 감정을 너무 노출하는 것도 개선사항으로 지적됐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던 변호사 I씨는 사건이 복잡해 다소 긴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는데 판사는 내용이 장황해 판결하기 어렵다는 신경질성 반응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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