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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라이프] "기차여행하며 인터넷 세계로"

전국을 강타한 PC방 열풍이 드디어 열차에까지 불어닥쳤다.지금까지는 좁은 열차 복도를 가로지르는 판매원의 낭랑한 목소리라면 생각나는게 「심심풀이 오징어나 땅콩」이었다. 그러나 그 대신 「심심풀이 게임이나 인터넷」이 열차에 실제로 등장했다. 철도청은 한국 철도 100주년 기념 행사로 지난 9월 14일부터「사이버 열차」를 개발,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사이버 열차는 객차 1칸을 모두 PC방으로 개조, 여행중에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 18대의 펜티엄Ⅱ급 컴퓨터와 17인치 모니터를 갖춰 각종 게임, 인터넷, 문서작성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레인보우, 스타 크래프트, FIFA 99, NBA LIVE 99 등 10여종의 다양한 게임은 기본. 휴대폰을 갖고 있다면 인터넷까지 즐길 수 있다. 사이버 열차 개발에는 모두 9,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 사이버 열차 내의 모든 장비는 「지씨텍」이라는 대덕 연구단지 내 벤처기업이 무료로 지원했다. 철도청이 공간을 마련하고 홍익회가 시설을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이동식 공영 PC방인 셈이다. 사이버 열차는 「여행중 오락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느 승객의 제안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그 후 열차의 좌석이 낡아 교체할 때가 되자 아예 의자를 전부 들어내고 PC방처럼 개조한 것이다. 하루 이용 승객은 30여명 정도. 아직은 도입 초기라서 서울-부산간을 하루 한차례 운행하고 있다. ★표 참조 반응은 좋다. 휴가를 나온 서기승(24)일병은 『이런 시설이 생긴 줄 몰랐다』며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며 좋아한다. 실제로 컴퓨터 안에는 여행중에 긁적이다만 낙서 같은 글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다른 사람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야릇한 재미까지 준다. 승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은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게임들이다. 「달리는 게임방」을 운영·관리하는 박귀님씨는 『손님들이 시간 가는줄 모르고 게임을 즐기다 짐을 놓고 내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귀뜸한다. 아직 이용객이 많지는 않지만 한 번 이용해 본 승객은 내리는 것을 아쉬워할 정도다. 예상외로 반응 좋자 철도청은 곧 운행 편수를 늘릴 계획이다. 이용요금은 1시간에 2,500원으로 동네 PC 방에 비하면 비싼 편. 그러나 땅 위를 달리는 가장 빠른 컴퓨터임을 감안하면 한 번 쯤 이용해 볼 만하다. 게다가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식당차를 이용하듯 아무때나 이용할 수 있다. 좌석표를 구하지 못한 경우 편리하다. 특히 명절이나 주말에 좌석을 구하지 못해 입석표를 샀다면 PC방에 앉아서 시간을 죽이며 여행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이용객이 늘어나자 철도청은 앞으로 모든 열차를 사이버 열차로 운행하는 것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오징어를 씹으며 지루함을 달래던 기차여행은 이제 옛말. 열차 한 칸을 PC방으로 꾸민 사이버 열차가 등장, 인기를 끌고 있다. 이진우기자MALLI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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