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절반 가까이는 국가안전처 신설, 해양경찰청 해체 등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정부의 2차 조직개편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박 대통령 취임 후 단행된 1차 조직개편을 부정적으로 본 비율(38.2%)보다 10%포인트 이상 급증한 것이다. 사고수습용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강한 반발로 해석된다.
서울경제신문의 공무원 의식조사에 응답한 중앙부처 공무원 중 2차 조직개편이 '잘못됐다'고 응답한 비중은 42.2%, '매우 잘못됐다'는 비중은 6.8%를 나타냈다. '매우 잘됐다(2.5%)' '대체로 잘됐다(48.6%)' 등 긍정적 답변보다는 소폭 낮은 수치이나 1차 개편 때보다 부정적 응답자가 크게 늘었다. 1차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잘못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33.3%, "매우 잘못됐다"고 답한 비율은 4.9%였다.
부처별로 보면 외교·통일 부문 공직자의 부정적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이들 중 '잘못됐다'는 응답자는 62.2%, '매우 잘못됐다'는 비율이 2.2%로 부정적 의견이 과반수를 훌쩍 넘었다. 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정부 3.0 연구실장은 "1차 개편 때 통상업무를 빼앗긴 외교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부처의 약해진 영향력을 체감했고 이런 불만이 설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전행정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속한 사회·문화 관련 부처도 '잘못됐다'는 응답자가 44.4%, '매우 잘못됐다'는 비중도 7.7%로 과반수를 넘겼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행부 축소 등이 부정적 답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제 관련 부처에서는 '대체로 잘됐다'는 비중이 55.8%, '매우 잘됐다'는 비중이 1.8%로 긍정적 답변이 많았다.
정부가 공공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골자로 하는 '정부 3.0'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부처 간 유기적 협조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찬반이 팽팽한 모습을 보였다. '잘 맞추고 있다(7.5%)' '무난하다(43.4%)'는 등 긍정적 답변이 51.9%를 차지했으며 '약간 문제가 있다(45.2%)' '심각한 문제가 있다(3.9%)'는 부정적 응답이 49.1%를 나타냈다.
정부 3.0에서도 부처 간 협조가 안 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역시 외교·통일 부문 공무원이 60%를 웃돌아 가장 높았다. 56.3%가 '부처 간 협조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 답했고 6.3%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 실장은 "외교·통일 부문은 업무 특성상 보안이 철저해 타 부처와 협조가 잘 안 된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제(53.3%), 사회·문화(53%) 부처는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직급별로 보면 고위직일수록 부처 간 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3급 응답자의 51.4%가 '약간 문제가 있다'고 답한 반면 4·5급과 6~8급에서는 이 같은 답변을 한 비중이 각각 44.4%, 43.8%로 줄어들었다. 하위직은 윗선에서 내린 큰 결정을 실행만 하므로 부처 간 협조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느낄 수 있으나 고위직은 국가 어젠다나 주요 이슈 차원의 큰 일을 놓고 부처 간 협조가 불가피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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