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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불을 댕긴 사나이

뛰면서 생각하라<br>한운사 지음, 동서문화사 펴냄<br>'경제인' 으로서의 백상 장기영 집중 조명<br>독창성·실천력·끊임없는 연구가 성공비결



1960년대 한국 사회는 '경제발전'이라는 한가지 목표에 전력투구했던 때다. 당대를 이끌어온 경제 주역들은 가슴에 열정을 안고 세계를 발로 뛰던 산업 역군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 중 한사람, '한국 경제에 불을 당긴 불도저 사나이'로 세간이 평가하는 백상(百想) 장기영의 평전이 나왔다. 그는 1934년 선린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말단 직원으로 입사, 16년 만에 부총재 자리에 올랐다. 고졸 출신으로 34세에 부총재에 오른 그의 승진은 지금도 한국은행내 '전설'이다. 1952년 조선일보 편집인 최용진과의 만남을 계기로 조선일보 대표취체역(이사) 사장을 맡게 된 장기영은 금융인에서 언론인으로 제 2의 인생을 열게 된다. 당시 조선일보는 방응모 사장의 납북 이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던 터라 한국은행 출신의 대표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는 특유의 저돌적인 추진력을 발휘, 가판중심의 판매방식을 벗어나 지사와 지국을 국내 처음 설립하고, 사진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어 사그러들던 조선일보를 소생시켰다. 언론인으로서의 첫 경력은 새로운 언론사 설립이라는 사명감으로 그를 움직여 마침내 1954년 한국일보를 창간한다. 이어 서울경제신문을 비롯 코리아타임스, 소년한국일보, 주간한국, 주간여성, 일간스포츠 등 여섯개의 자매지를 줄줄이 새로 만들고, 대한방송(DBS TV)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언론계의 리더로 우뚝섰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의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964년에는 정계에 진출해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을 시작으로 남북조절위원회 부위원장(1972), 민주공화당 당무위원(1976) 등을 지내며 성공적인 정치인으로 이름을 남겼다. 다방면에 업적을 남겼던 그는 금융인의 뼈와 체육인의 몸 그리고 언론인의 피와 예술인의 마음으로 한평생을 쉼없이 보냈다. 언론인이면서 소설가인 저자 한운사씨는 그 같은 거인의 일생을 한편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위기때 마다 돌파구를 찾았던 혜안과 사회 여러 분야에서 발휘했던 해박한 지식, 그리고 늘 새로운 일에 도전했던 청년정신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특히 책에는 지금까지 언론인 장기영에 가렸던 경제인 장기영의 궤적이 뚜렷하다. 금융 언론인 출신 장관으로서 그의 경제관을 비롯 구체적 정책에 이르기까지 '장기영식' 경제 철학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어떤 방식으로 투사(透射)됐는 가를 담고 있다. 그의 성공비결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열정, 24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전력질주 했던 실천력, 끊임없이 연구하고 학습하는 비전으로 요약된다. 거기에 추진력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던 박정희 대통령과 만나면서 뜨거운 신념은 하나 둘씩 현실로 바뀌어나갔다. 백상과 함께 일했던 저자는 "우직하면서도 위트 넘치던 왕초기질을 타고난 그는 누구보다도 강한 '하드보일(hard boil)파'였다"며 "부하들을 엄하게 몰아붙이면서도 밑창 떨어진 부하의 구두를 보고는 슬그머니 구두값을 쥐어줄 정도로 따사로운 인정의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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